"성형? 다음에 하지…라식? 안경 쓰지"

  • 입력 2008년 6월 23일 19시 36분


'사치성 시술' 경기침체 탓에 된서리

지난해 홍보대행사에 입사한 임선규(26·가명) 씨는 최근 잇몸질환과 충치 때문에 위아래 어금니 두 개를 뺐다. 임플란트를 하려고 했지만 한 대 가격이 200만~400만 원이란 얘기를 듣고 당분간 그냥 지내기로 했다. 임 씨는 "아픈 것도 아니고 겉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임플란트를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성형, 피부관리, 치과교정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의료시술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로 경기에 민감한 분야다.

▽"성형, 치아교정? 다음에 하지"=최근 서울 강남 소재 성형 개원가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병건 BK동양성형외과 원장은 "올해 3~5월 눈·코 성형수술 고객은 지난해보다 30%, 500만~600만 원인 안면윤곽 수술은 4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광식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이사는 "성형외과는 '주가에 앞서 경기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에 민감하다"며 "상담만 하고 '수술은 나중에 하겠다'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치아 교정, 미백, 임플란트 등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치과도 고전하고 있다. 307개의 치과가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에는 1∼5월 사이에 12개 치과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폐업 의원(21개)의 절반이 넘는 것.

안과 역시 라식 등 시력교정 수술 건수가 크게 줄었다. 임기환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는 "150만∼180만 원 하는 라식수술이 너무 비싸다며 그냥 안경 쓰겠다는 환자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웬만큼 아프거나 불편한 증상은 그냥 참고 지내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척추관절 시술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중증 환자가 받는 수술적 치료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통증을 완화하거나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비수술적 치료는 크게 줄었다.

나누리병원의 임재현 부원장은 "척추감압술, 척추유압술 등 수술 건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약물과 고주파로 통증을 줄이는 비수술적 치료는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개원 미루고 해외환자에 눈 돌려=올해 3∼5월 BC카드의 의료기관 이용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성형외과가 19.3%, 치과가 12.6%, 피부과가 3.1% 늘었다.

전업종 이용금액 평균 증가율(26.1%)에 크게 못 미치는 것. 삼성카드 역시 전업종 증가율은 18.3%인 반면 치과와 피부과에서 사용한 금액은 각각 16.3%, 12.9%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개원을 늦추거나 아예 해외환자 유치로 눈을 돌리는 병의원도 늘고 있다.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고용의사로 일하는 서모(35) 씨는 "내년에 개원하려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 2, 3년 후로 계획을 미뤘다"고 말했다.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는 하반기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아예 올 초부터 중국, 싱가포르, 몽골, 러시아 등 해외환자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