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선택 강요는 시장경제 파괴 행위”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7분


기업들 “큰 매체에 찬바람 불면 다른 곳은 혹한”

일부 세력의 광고주 협박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그룹 홍보팀장은 “광고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를 위해 어떤 매체를 선택할지는 엄연한 광고주의 권리인데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침해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식음료품 기업의 한 임원은 “광고주 협박은 말 그대로 경영권 침해행위”라며 “자유시장경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광고주 협박은 자유로운 경쟁 등 시장경제의 기본을 파괴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이라며 “정부가 나서 철저히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주 협박이 의도와 달리 좌파 세력이 지원하려는 일부 군소 신문에 오히려 더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건설업체 광고담당 임원은 “광고주로서는 당연히 동아일보 등 독자가 많고 시장친화적인 메이저 매체의 독자를 먼저 고려한 후 여유가 생기면 다른 군소 매체에도 광고를 하게 된다”며 “메이저 매체에 찬바람이 분다면 군소 매체는 혹한에 시달리는 게 시장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부사장은 “광고는 엄연한 영업행위로 기업이 판단할 문제인데도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겠지만 이쯤 되면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실명제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임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좌파 세력들이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광고주 협박 행위와 관련한 법률 위반 항목
불법 사례 법률 위반 항목
고의적으로 기업에 반복적 혹은 장시간 항의 전화형법상 업무방해죄
광고 담당 직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번호 인터넷에 올려 공유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의 보호 규정 위반
업무방해 등 고의성이 명백한데도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이를 삭제하지 않을 때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의 보호 규정 위반
특정 신문사 건물 등에 물리력을 동반해 피해를 끼치거나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고의-반복성 있을땐 업무방해죄 될수도

불법적인 게시물 방치 포털도 처벌 가능

■ ‘광고주 협박’ 법적 문제

동아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의 광고주에 대한 일부 세력의 협박은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이 자신의 논조에 안 맞는 신문을 안 보거나 여럿이 모여 그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일종의 언론 자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대대적인 광고주 협박은 소비자의 권리도 아니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의 의견도 인정할 수 있어서 그 바탕에서 소비자의 권리도, 언론의 자유도 생겨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고의적인 업무 방해의 목적을 갖고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 광고를 낸 기업들의 담당자나 언론사 직원들의 개인 전화번호를 올려놓는 건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의 보호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상적인 수준의 항의 전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고의적으로 기업 업무를 방해할 의도를 가지고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세력은 일부 기업들에 매일 매 시간 전화해 “3대 신문 광고 중단을 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불법성이 있는 게시물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린 다음 아고라 운영자 등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한 판사는 “다음 ‘아고라’에 게시된 문제의 글로 인해 3대 신문의 광고 수주 업무에 대한 방해가 발생한 것(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것)으로 판단되면 다음 측에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관련 게시물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문제의 글은 게시될 수 없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이버상 발생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현행 법률로 처벌하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고 처벌돼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법률 개정 작업도 검토해볼 만 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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