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과천청사를 떠나 오후 6시부터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머물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회자가 오후 7시 반 광화문 사거리의 단상에서 집회시작을 알리자 정 장관은 수행원 5, 6명과 함께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와이셔츠와 베이지색 점퍼, 감색 양복바지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 정 장관을 알아본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기자들이 "왜 이 자리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사죄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국민을 섬긴다고 했는데 총책임자가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죽을 각오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집회 주최 측에 연락해 현장에서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전날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정 장관이 시민들을 흥분시키려고 온다는 첩보가 있다. 야유만 퍼붓고 동요하지 말라"고 알렸다.
일부 참가자들이 정 장관을 알아본 뒤 "왜 왔느냐"고 항의했다. 정 장관 일행은 동화면세점 뒤를 돌아 100m 정도 집회장 단상으로 향했다.
이에 100여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운천 물러가라' '이명박 물러가라' '매국노'라고 외쳤다.
정 장관은 단상으로 가려다가 대책회의 관계자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막자 10여분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이며 서 있다가 정부종합청사 방향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오후 7시50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를 타고 광화문 일대를 빠져나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 방침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우리나라는 70%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통상 관례를 어기는 것이 한국에 불리한데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어 아쉽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정 장관은 또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협상에 들어가 결과적으로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화가 나도록 만든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보수단체인 새물결국민운동중앙회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련한 'FTA 비준 문화제'에 잠시 들렀으나 공개 발언은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