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 전격방문 鄭농림 “발언하게 해달라”

  • 입력 2008년 6월 10일 22시 48분


10일 불시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촛불집회 장소를 찾은 정운천 농림수 산식품부 장관이 경찰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 장관은 국민과 대화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려 했지만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반대로 실패 했다. 김재명 기자
10일 불시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촛불집회 장소를 찾은 정운천 농림수 산식품부 장관이 경찰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 장관은 국민과 대화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려 했지만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반대로 실패 했다. 김재명 기자
미국산 쇠고기 협상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0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과천청사를 떠나 오후 6시부터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머물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회자가 오후 7시 반 광화문 사거리의 단상에서 집회시작을 알리자 정 장관은 수행원 5, 6명과 함께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와이셔츠와 베이지색 점퍼, 감색 양복바지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 정 장관을 알아본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기자들이 "왜 이 자리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사죄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국민을 섬긴다고 했는데 총책임자가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죽을 각오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집회 주최 측에 연락해 현장에서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전날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정 장관이 시민들을 흥분시키려고 온다는 첩보가 있다. 야유만 퍼붓고 동요하지 말라"고 알렸다.

일부 참가자들이 정 장관을 알아본 뒤 "왜 왔느냐"고 항의했다. 정 장관 일행은 동화면세점 뒤를 돌아 100m 정도 집회장 단상으로 향했다.

이에 100여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운천 물러가라' '이명박 물러가라' '매국노'라고 외쳤다.

정 장관은 단상으로 가려다가 대책회의 관계자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막자 10여분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이며 서 있다가 정부종합청사 방향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오후 7시50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를 타고 광화문 일대를 빠져나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 방침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우리나라는 70%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통상 관례를 어기는 것이 한국에 불리한데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어 아쉽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정 장관은 또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협상에 들어가 결과적으로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화가 나도록 만든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보수단체인 새물결국민운동중앙회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련한 'FTA 비준 문화제'에 잠시 들렀으나 공개 발언은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