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수필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수필이 출제된 2006,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필 관련 문항의 평균 정답률은 현대소설과 비교해 낮은 편이었다. 수필은 신변잡기적인 데다 평이한 문장으로 쓰여 있음에도 정답률은 왜 낮을까? 그 이유는 수필은 항상 생소한 작품이 출제되고 고전시가와 복합지문 형태로 출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 수필… 작가의 사상-감정을 읽으라

수능에서는 보통 현대수필을 고전시가와 묶어 출제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처럼 수능에서 다뤄지지 않은 고전수필을 많이 출제했다. 또 수능처럼 고전시가와 묶지 않고 현대수필끼리 묶거나, 고전수필과 현대수필을 묶어 출제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작가의 작품, 표현이나 내용면에서 개성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선정됐다. 특히 작가가 선택한 소재나 표현의 의미를 묻는 문제가 많았다.

<표1> 수필의 빈출 유형 및 요소
순위문제 유형
1작품의 종합적 감상
2작가의 관점 및 태도 파악
3제재의 속성 및 표현상의 특징 파악
4어휘의 의미 파악

복합 지문으로 출제 시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까지 종합적으로 묻는 유형, 개별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 서술 표현상의 특징 등을 묻는 유형,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드러나는 갈래인 수필의 주제와 연관되는 유형, 제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 및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 방식과 그 효과를 파악하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매뉴얼 중 수필 부분>

수필의 경우에는 제재를 선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짧으면서도 완결된 형태로, 일정 수 이상의 문항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중략)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이기 때문에 기출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래서 최근작이나 19세기 작품으로 소급하여 학생들에게 비교적 낯선 작품을 제시하거나, 잘 알려져 있는 수필 두 작품을 복합 지문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리하여 제시된 작품이 이태준의‘우세(牛歲)’인데, 이 작품은 비교적 다른 출제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제재는 문항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파생되었다. 작품 감상에 대한 출제자들 간 해석상의 편차가 컸고, 그로 인해 문항의 성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문항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타파해 나갈 적절한 문항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지문을 다시 찾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하여 신영복의 ‘매직펜과 붓’, 이어령의 ‘폭포와 분수’가 복합 지문으로 구성되었다. 글의 특징을 묻는 문제와 내용과 연관된 문제, 글의 관점을 비판하거나 관점에 대해 알아보는 문제를 구성할 수 있으리라고 예견되었다. 그 과정에서 문항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으나, 문제점으로 인해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한 채, 대체시켜야만 했다. (중략) 수필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지문의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의 경우에는 기출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나 잘 알려진 작품 한 편과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 한 편을 묶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출제매뉴얼 언어영역’, 2005년

▒ 다른 장르와의 차이는?

수필은 시와 소설 중 아마도 시에 더 가까울 것이다. 둘 다 이른바 ‘1인칭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수필을 다른 장르와 비교하며 이해할 때에 무엇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까? 바로 화자(서술자)의 차이다. 소설의 서술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대리인일 뿐이다. 소설의 서술자는 사건 전개를 중간자적 위치에서 이끌어가므로, 독자는 때로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시의 화자 역시, 특정인이나 특정 사물의 처지에서 대신 이야기를 한다. 이때도 시인과 시적 화자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글의 흐름을 직접 이끄는 수필의 자아는 그것을 쓴 작가의 사상, 감정, 인생관 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따라서 수필의 독해는 그야말로 작가와의 대화라 할 수 있겠다.

▒ 이렇게 이해하자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에 대해 느낀 점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담 없이 쓴 산문이다. 수필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①자유로운 형식 ②다양한 소재 ③개성적·고백적인 글 ④심미적·철학적인 글 ⑤유머·위트·비판 의식이 요구되는 글 ⑥간결한 산문 문학 ⑦비전문성의 문학 등이다. 이 중 수능 출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필이 개성적·고백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개성과 심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수필은 대부분 신변잡기적이기에 주관적, 주정적이며 독백에 가깝고, 이로 인해 작자 자신의 인생관, 사상, 감정이 잘 드러난다. 수필을 ‘개성의 문학’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수필의 출제요소이다. 또 이런 특성 때문에 수필은 길이는 짧더라도 내용 면에서는 매우 심오하고 광범위한 것이 많다. 수필이 심미적·철학적인 글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수필은 작가의 심미적 안목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 즉 작가의 투철한 통찰력, 달관에 의한 독특한 기법 그리고 문장이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현대수필의 특징과 관련해 고전수필격인 ‘설(說)’도 알아야 한다. 설은 ‘사실의견’ 또는 ‘체험+깨달음’의 2단 구성으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우의적(寓意的) 표현을 활용한다. 이치에 따라 사물을 해석하고 시비를 밝히면서 자기의 의견을 설명하는 글이라 수필의 성격이 강하다. 교과서에서는 ‘슬견설’ ‘도자설’ ‘아기설’ ‘차마설’ 등을 배운 바 있다.

<표2> 수필 지문 독해 순서
순위착안점
1작가가 무엇을 체험했는가 확인한다
2제재에 대한 작가의 태도에 유의한다.
3자신의 인생관과 작가의 태도에 주목한다.
4개성적이고 효과적인 표현법에 유의한다.
정보의 효용성+작가의 정서+의도+어구(의미)

수필은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전개방식, 문체와 표현, 관점과 태도 등을 중심으로 작가가 말하려는 바를 추리하며 읽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복합지문으로 출제하면서 유사한 상황을 묻는 문제의 답지에 다른 장르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장르의 감상 방법도 알아야 한다. 즉 작품의 주제의식을 다른 글쓰기에 적용하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필에는 기행문도 있다. 기행문은 수필과 그 특징이 유사하지만 다음의 순서로 독해해야 한다. ①여정 파악 ②견문과 감상을 구분 ③지방색이나 객창감(나그네가 느끼는 쓸쓸한 정서) 파악 ④설명, 묘사, 서사의 구분 ⑤주제의식 파악 등이다. 기행문이 나오면 ‘연행가’(홍순학), ‘일동장유가’(김인겸) 등의 고전 기행가사와의 복합출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

<표3> 수필 예시문항

(다) 그날 황혼 천하에 공지(空地) 없음을 한탄하며 뉘 집 이층에서 저물어 가는 도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실로 덕수궁 연못 같은, 날만 따뜻해지면 제 출몰에 해소될 엉성한 공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참 훌륭한 공지를 하나 발견하였다.

○○보험회사 신축 용지라고 대서특서한 높다란 판장(板墻)으로 둘러막은 목산(目算)* 범 천 평 이상의 명실상부의 공지가 아닌가.

잡초가 우거졌다가 우거진 채 말라서 일면이 세피아 빛으로 덮인 실로 황량한 공지인 것이다. 입추의 여지가 가히 없는 이 대도시 한복판에 이런 인외경(人外境)의 감을 풍기는 적지 않은 공지가 있다는 것은 기적 아닐 수 없다.

인마(人馬)의 발자취가 끊인 지―아니 그건 또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지만―오랜 이 공지에는 강아지가 서너 마리 모여 석양의 그림자를 끌고 희롱한다. 정말 공지―참말이지 이 세상에는 인제는 공지라고는 없다. 아스팔트를 깐 뻔질한 길도 공지가 아니다. 질펀한 논밭, 임야, 석산, 다 아무개의 소유답이요, 아무개 소유의 산[ 이요, 아무개 소유의 광산인 것이다. 생각하면 들에 나는 풀 한 포기가 공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이치대로 하자면 우리는 소유자의 허락이 없이 일 보의 반 보를 어찌 옮겨 놓으리오. 오늘 우리가 제법 교외로 산보도 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세상 인심이 좋아서 모두들 묵허(默許)를 해 주니까 향유할 수 있는 사치다. 하나도 공지가 없는 이 세상에 어디로 갈까 하던 차에 이런 공지다운 공지를 발견하고 저기 가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서 담배나 한 대 피웠으면 하고 나서 또 생각해 보니까 이것도 역시 ○○보험회사가 이윤을 기다리고 있는 건조물인 것을 깨달았다. 다만 이 건조물은 콘크리트로 여러 층을 쌓아 올린 것과 달라 잡초가 우거진 형태를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봄이 왔다. 가난한 방안에 왜꼬아리 분(盆) 하나가 철을 찾아서 요리조리 싹이 튼다. 그 닷곱 한 되도 안 되는 흙 위에다가 늘 잉크병을 올려놓고 하다가 싹트는 것을 보고 잉크병을 치우고 겨우내 그대로 두었던 낙엽을 거두고 맑은 물을 한 주발 주었다.

그리고 천하에 공지라곤 요 분 안에 놓인 땅 한 군데밖에는 없다고 좋아하였다. 그러나 두 다리를 뻗고 누워서 담배를 피우기에는 이 동글납작한 공지는 너무 좁다.

-이상,‘조춘점묘(早春點描)’-

목산: 눈으로 어림셈함. 산[: 산갓. 산림의 의미.

28.<보기>를 통해 (다)의 화자의 심리를 미루어 짐작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현대인이 신경증을 앓는 까닭은 자신이 만들어 낸 바로 그 문명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욕망의 창고에는 오히려 빈 구석만 더욱 늘어 간다. 그리고 그 빈 구석을 메우고 타오르는 것은 울화의 불길이다.

①도시적 삶이 주는 화려함에 이끌려 헤매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②전통적 가치가 배척되는 근대 사회를 보고 비애감을 느끼고 있다.

③식민지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상실하고 절망감에 빠져 있다.

④도시 문명에서 도피하여 전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고 있다.

⑤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도시 문명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쌓여 있다.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에서

▒ 어떻게 준비할까?

출제 작품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의미 없다. 사물을 소재로 교훈을 줬던 ‘게’(김용준·2004년), 비교적 짧은 글로 번뜩이는 재치와 교훈을 줬던 ‘자장면’(정진권·1997년), ‘웃음설’(양주동·1997년), 복합 지문으로 출제됐던 ‘멋 설’(조지훈·2005년), ‘조춘점묘’(이상·2006년), ‘질화로’(양주동·2007년) 등도 생소한 작품들이었다. 따라서 수필의 원리를 익히고 그 원리대로 독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대상을 체험했으며, 그 결과 무엇을 느꼈고, 그것을 어떤 어휘와 표현법으로 나타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기행문도 ‘체험(견문)+사색(감상)’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필과 마찬가지로 공부하면 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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