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高물가에도 ‘절약의 달인’들은 웃는다

  • 입력 2008년 6월 1일 20시 30분


요즘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장을 보기도, 가계부를 쓰기도 겁난다는 주부들이 많다. 휘발유 1L당 가격이 2000원을 넘은 주유소가 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만 개인적 이유로 자가용을 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치솟는 기름값이 두려울 뿐이다.

고유가, 고물가 시대라고 아예 소비를 안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 자타가 공인한 '짠돌이' 고수 3명에게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쇼핑의 여왕'의 계산기 이용 장보기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아들 둘을 둔 주부 안영진(34)씨는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쇼핑의 여왕'이다. 안 씨는 61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다음카페 '짠돌이 경제스쿨'이 최근 개최한 '2008 쇼핑의 여왕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안 씨는 대형할인점에 쇼핑을 갈 때마다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할인점 전단지를 반드시 챙기고 볼펜, 배낭, 장바구니 2개, 계산기도 지참한다. 배낭 외에 장바구니를 2개나 가져가는 이유는 할인점들이 장바구니 한 개 당 50원씩 최대 150원까지 값을 쳐주기 때문이다.

계산기는 가격을 비교할 때 쓴다.

"대형 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가장 쌀 때가 많지만 정확한 가격비교를 하려면 100g당, L당 얼마인지, 보너스 상품이 끼어 있다면 그것까지 포함한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봐야 해요. 같이 쇼핑하는 자녀들에게 할인점은 '수학 학원'이기도 하죠."

할인점에서 자주 가는 코너의 위치를 고려해 최적의 동선(動線)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안 씨는 "특별히 싸게 파는 행사 상품을 포함해 적어 놓은 품목들을 체크해가며 필요한 코너만 들러야 불필요한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쇼핑의 여왕은 가계부 쓰는 법도 남다르다. 그날 구입한 물건 이름, 가격 뿐 아니라 어디서 샀는지를 적어 품목별로 어느 가게가 제일 싼지 비교해 체크해둔다.

●'생활비 10만 원' 주부의 에너지 절약법

남편, 6살 딸과 생활하는 강현정(32) 씨의 한 달 생활비는 통신비, 교통비를 제외하고 10만 원 정도. 라디오에서 '짠순이가 알려주마'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강 씨는 유명한 알뜰 살림꾼이다.

강 씨가 사는 26평짜리 아파트의 도시가스 요금은 한겨울에도 3만5000원 정도다. 비결은 10L 짜리 큰 물통 2개. 한 개는 찬물, 다른 한 개는 더운물을 받는데 쓴다.

"여름에도 도시가스 요금이 제법 나오는 이유는 샤워할 때 더운 물을 쓰려고 보일러를 작동시키기 때문이에요. 샤워하는 내내 보일러를 트는 대신 보일러를 작동시켜 더운 물을 받은 뒤 보일러를 끄고 받아둔 물로 씻으면 요금을 많이 줄일 수 있어요." 뜨거운 물이 나오기 전 나오는 찬물도 흘려보내지 않고 찬물통에 담아줬다가 빨래 할 때 쓴다고 귀띔했다.

전기요금도 최대한 줄인다. "에어컨을 틀 때는 방문을 모두 닫고 거실에서 15분 정도만 작동시킨 뒤 꺼요. 다음에 방문을 열고 거실에서 방 쪽으로 선풍기를 틀면 방의 열기는 거실로, 거실의 시원한 공기는 방으로 들어가 두 곳 모두 시원해져요. 선풍기 앞에 얼음이나 물수건을 두면 더욱 시원한 바람을 낼 수 있고요."

인터넷을 활용해 각종 생활용품을 공짜로 쓰는 것도 생활비 줄이기 비법 중 하나. 강 씨는 딸이 어릴 때 기저귀, 분유회사의 사용 후기 공모에 응모하고, 여러 육아 사이트에 가입해 상품이나 샘플을 챙겼다.

●엔진 회전수 조절해 기름값 절약

재테크 전문가인 이대표(32) 씨는 다음카페에서 '짠돌이 경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차량 유지비를 아끼는 방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규정 속도 지키기'.

이 씨는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시내주행 때 2000 RPM, 고속주행 때도 2500 RPM을 넘지 않도록 운전한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급제동, 급발진, 과속을 할 수 없어요. 초보운전자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기르면 기름값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휘발유 주입일자,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차계부(車計簿)를 쓰는 것은 기본. 출퇴근길에 있는 가장 싼 곳을 단골 주유소로 정해 할인이 되는 신용카드로 구입한다. 더 싸다고 일부러 먼 주유소를 찾아가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교통범칙금은 반드시 아껴야 하는 항목 중 하나다. 이 씨는 "안전벨트 착용, 신호위반 금지, 안전선 및 차선 지키기, 주차장에 주차하기 같은 당연한 규칙만 지켜도 불필요하게 범칙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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