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어른’ 우리 아이들 성의식 수준은?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이제 6학년이 되는데, 남자애들이 자꾸 ‘섹스할래? 너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절벽이라고 놀립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 작은 게 죄라도 된 듯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에요. 어떡해야 하죠?”

“6학년 올라가는 남자입니다. 엄마가 늦게 오실 때 몰래 야한 것을 보며 자위를 합니다. 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보고 싶어요. 이럴 때 정말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푸른아우성(www.9sungae.com)을 비롯한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고민 상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어른이 생각하는 ‘아이들 수준’을 뛰어넘는다. 인터넷 음란물을 모방한 가해 어린이는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왜곡된 성의식과 잘못된 성지식으로 고민하는 충격적 내용이 적지 않다.

어느 여자 초등학생은 “같은 반 남자애들이 교실 밖으로 불러서 나갔는데 몸을 강제로 만지기에 못하게 하자 때리기도 했다.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하소연했다.

아우성센터의 김현숙 강사는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초경과 몽정을 하고 임신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몸은 어른이다. 피임 방법을 묻는 어린이가 있을 정도로 성적으로 성숙한데 성교육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의 음란물로 성에 대해 잘못된 호기심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손수제작물(UCC)을 취급하는 사이트와 파일공유(P2P) 사이트가 늘면서 엽기적인 내용의 음란물을 어린이가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경찰이 지난해 말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단속한 전국의 초중고교생 61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응답자의 55.4%(3409명)가 음란 폭력 사이트를 접했고 이 가운데 42.3%(1443명)는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음란물 내용을 실제로 해봤다는 학생도 57명이나 됐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많은 아이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인터넷이나 케이블 방송의 음란물을 접하는 게 문제”라며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에 음란물을 보면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나이가 점점 낮아진다는 사실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3세 이하 성폭력범이 2003년 1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8명으로 늘었다. 14∼16세 성폭력범 역시 2003년 461명에서 2007년 101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학교폭력이 성폭력이다. 음란물을 접한 어린이가 호기심에 성범죄를 저지른다”며 “가해 어린이는 인터넷을 보고 따라했을 뿐이라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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