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안보여주면 벌금-구류?…경찰, 검문불응 처벌 추진

  • 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경찰이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시민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일선경찰서에 배포한 ‘2008∼2009 치안정책 실행계획’에 따르면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하는 시민에게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현재 범죄 의심자인 불심검문 대상자의 범위도 ‘위험 야기자, 특정시설 출입·체류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시민이 이에 불응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다음 달 법률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뒤 6월 18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공청회 개최와 구체적인 개정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개정 계획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는 위헌 및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 배종대 교수는 “현행법상 영장이 아니고서는 검문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아무리 수사상 편의를 기한다고 해도 국민의 신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채은아 간사도 “위험 야기자라고 판단할 만한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불심검문 불응자를 무턱대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인권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2004년에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다 여론의 비난을 받고 중단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