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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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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막히고 사료비 현금 요구로 ‘이중고’
전북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도살처분 대상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피해 규모도 눈 덩이처럼 늘고 있다.
AI가 발병한 김제와 정읍은 전북 전체 닭 사육 마릿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양계 밀집 지역이어서 AI가 더 확산되면 도내 양계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북 AI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의 방침에 따라 추가로 도살처분 되는 김제와 정읍 지역의 닭과 오리는 모두 214만여 마리로, 기존에 매몰된 64만여 마리를 합하면 모두 278만여 마리가 도살돼 땅에 묻히게 된다.
AI 발생 농장 반경 3km 안에서 생산된 달걀과 농장에 보관돼 있던 사료 등도 모두 폐기된다.
방역본부는 매몰 처리로 최소 240억 원의 직접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10km 이내의 사육농가들도 가금류와 달걀 등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고 100여 일간 정상적인 사육을 하지 못하는 등 400억 원 정도의 간접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역지역 바깥의 사육농가들은 AI 오염 지역이라는 이유로 닭과 오리 출하가 잘 되지 않고 사료상들이 사료비로 현금을 요구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AI가 현재의 방역대 밖으로 전파되며 도살처분이 확대될 경우이다.
2개 지역의 반경 3∼10km의 ‘경계지역’에는 추가로 570여만 마리의 닭이 있으며, AI가 이 경계지역으로 전파되면 도살처분 확대가 불가피해진다.
최악의 경우 850여만 마리가 매몰되는데, 이는 도내 전체 가금류 1934만 마리의 44%에 해당한다.
12일 김제시 금산면의 한 음식점에서 키우던 닭이 집단 폐사해 간이검사를 한 결과 AI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음식점은 김제의 첫 AI 발생지로부터 11km가량 떨어진 방역대 밖에 있으며, 500마리 가운데 100여 마리가 폐사하자 이날 방역본부에 신고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AI가 장기화하면 농가들이 도산하고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무너지는 등 양계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며 “AI가 조기에 끝나야 하고 피해 농가를 위한 합리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