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한자급수시험? 일기 쓰다보니 ‘준비 끝’

  • 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위편삼절(韋編三絶), 각골난망(刻骨難忘)….”

어려운 한자도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는 김형주(8·사진 오른쪽) 군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김 군은 2월 한국한자한문능력개발원 주관 한자자격검정 2급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1학년 민혜주(7·왼쪽) 양은 같은 시험에서 한자자격검정 3급에 합격했다.

이들은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4개월마다 실시되는 자격시험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한 급수씩 올려갔다. 올해는 학년별 최고 득점자에게 주는 장학금까지 받았다. ‘한자 영재’의 공부법을 들어봤다.

○ 그림으로 배우는 한자

김형주 군은 7세, 민혜주 양은 6세부터 ‘재능한자’로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글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 이해하며 한자를 배웠다. ‘내 천(川)’ 자는 시냇물이 흘러가는 모습, ‘클 대(大)’ 자는 사람이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의 그림을 보며 한자를 익혔다.

한자의 획수가 늘어날수록 그림으로 연상하며 암기하는 공부법은 효과적이었다. ‘쉬다 휴(休)’ 자는 ‘사람 인(人)’ 자와 ‘나무 목(木)’ 자로 나눠 사람이 나무에 기대서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외웠다. 김 군은 이제 한자의 뜻을 미리 배우지 않더라도 한자의 자원(字源)을 유추하고 뜻을 이해하게 됐다.

한자를 외우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졌다. 처음 보는 한자를 외울 때는 쓰거나 소리 내어 읽지 않고, 단지 눈으로 살펴보기만 한다. 자원을 이해하면 한 획씩 써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외워지기 때문이다.

김 군과 민 양은 유아 때부터 학습지로 공부하며 이 같은 공부법에 익숙해졌다. 김 군의 어머니 박삼례 씨는 “재능한자는 글자마다 그림으로 원리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아이에게 도움이 돼요. 기초를 탄탄히 다져 놓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한자급수 2급까지 딸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한자자격검정, 철저한 계획 중요

초등학교 저학년이 한자급수검정 시험을 준비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민 양의 어머니 김영미 씨는 “아이가 공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 양의 시험 준비는 3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 한 달은 한자급수검정 대비 문제집을 매일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는다. 첫 쪽부터 완벽히 외우려고 하면 빨리 지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다음 한 달은 한자의 뜻과 음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읽기를 반복한다. 이때부터 매일 한자 10자, 사자성어 30자를 10번씩 쓰며 완벽히 외운다. 민 양이 한자 공부로 사용한 공책은 20권이 넘는다. 시험 전 마지막 한 달은 문제를 풀며 급수시험의 문제 유형을 파악한다. 한자를 외우기만 해서는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군의 어머니는 틀린 문제의 정답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왜 이렇게 생각했니?’라고 물어보며 아이가 스스로 답을 구하도록 한다. 민 양의 어머니도 혜주가 푼 문제를 채점해주고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옥편을 찾는 걸 도와준다.

○ 한자 일기, 흥미로운 공부법

한자를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한자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운 공부법 덕분이었다. 김 군은 1학년 때부터 일기를 한자로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처음으로 동생(同生)을 돌봤다. 학교(學校)에서 학부모(學父母) 총회(總會)가 있어서 합기도(合氣道)를 쉬었다….’ 이렇게 한자가 가득한 일기 쓰기를 시작하며 김 군은 생활 속에서 활용 가능한 한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시험용 한자 공부를 한 건 아니다.

민 양은 지하철에서도 한자를 공부한다. 잠실역에 도착하면 ‘누에 잠(蠶), 집 실(室)’이라며 한자를 해석하느라 바쁘다. 대화할 때에도 국어사전과 옥편을 번갈아가며 찾는 민 양의 옆에는 항상 사전이 준비되어 있다.

○ 목표가 있다면 좋아서, 쉬워서, 스스로

김 군과 민 양의 공통점은 스스로 한자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자자격검정을 준비하며 1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보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8급부터 시작해 5급까지는 어려움 없이 시험을 통과했던 민 양은 4급부터는 힘들어했다. 글자 수가 많아졌고 난이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 씨는 내년에 다시 공부하자고 했지만 민 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했고,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민 양의 한자실력은 점차 높아졌고, 한국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초등생 한자급수시험 효과적 대비법▼

능력에 맞는 급수를 선택한다.

한자급수시험은 개인별 능력별 시험이므로 누구나 원하는 급수를 선택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8급이나 7급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리해서 상위 급수부터 시작하면 학습의 기초가 부족해 중급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고 한자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된다.

해당 급수 배정한자의 훈음을 100% 익힌 뒤 반드시 예상문제집을 풀어본다.

훈음과 독음, 쓰기 문제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므로 배정한자의 훈음을 100% 숙지해야 한다. 또 예상문제집으로 실제 문제유형에 적응해야 한다. 실제 초등학생의 경우 훈음을 다 알아도 독음이나 반의어 등의 유형에 적용하지 못해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급수를 건너뛰지 않는다.

8급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아이에게 자신감도 심어주고 학습 기초를 탄탄히 해줄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한두 번 시험 봐서 합격한 뒤 성급하게 단계를 건너뛸 경우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대부분 불합격하게 된다.

도움말=(사)한국한자한문능력개발원(www.hanja4u.org)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