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사는 경영, 농민은 CEO”

  • 입력 2008년 3월 26일 06시 30분


“농업에도 정보와 인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1년 동안 농업 경영자로서 기본을 착실하게 다질 계획입니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상촌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한우 120마리를 키우며 ‘탑골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전지훈(25) 씨는 이달 초 경북도가 운영하고 있는 ‘경북농민사관학교’의 친환경 축산전문 최고경영자(CEO) 과정에 입학했다.

전 씨는 25일 “농장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전문성을 키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아 입학했다”며 “기업형 농장을 만들고 싶은 꿈에 다가가는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농산물시장 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해 ‘경영 마인드’를 갖추려고 공부를 하는 등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설한 ‘농업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농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설된 농민사관학교는 1기 농민대학생 227명을 배출했다. 이달 초 개강한 2기에는 4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상주대(현 경북대 상주캠퍼스) 공대를 휴학하고 농장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전 씨는 “옛날 방식대로 소를 키워 판매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경영기법을 계속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받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 농업기술원이 2002년 개설한 경북벤처농업대학은 이달 초 경북혁신농업대학으로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그동안 농민 235명이 선진농업 현장과 강의실을 오가며 공부한 뒤 농촌으로 돌아갔다. 혁신농업대학의 1기 농민학생 38명도 이달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에 살다가 경북 성주군 수륜면 보월리로 귀농해 버섯농사를 짓는 전병목(48) 씨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도 지난 1년 동안 벤처농업대학에서 공부했다.

전 씨는 “소득도 괜찮은 편이지만 장래가 불투명하니까 전문성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특히 여러 분야의 농업을 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도 농업기술원의 경영정보연구소가 처음 개설한 경북농업경영정보대학에도 입학했다.

이 대학은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컴퓨터 활용 능력과 농업 재테크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경북지역 시군에서도 농업대학에 입학하려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영천농업대학은 2003년 개설돼 지금까지 포도반, 한우반 등의 과정에서 236명이 1년 과정을 마쳤다. 이달에는 6기 농민학생 114명이 입학했다.

영덕군과 울진군은 2006년부터 친환경양봉대학과 녹색대학을 개설해 지금까지 220여 명이 수료했다. 영덕군이 이달 개강한 친환경농업대학의 조경 과정에는 정원의 2배인 90명이 참여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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