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학생8명’ 영어강의 맡은 투즐루코프 교수

  • 입력 2008년 3월 21일 06시 15분


“영어 겁부터 먹는게 문제

부닥쳐야 말문이 트이죠”

“영어회화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꾸 부닥치면서 노력하면 대부분 적응할 수 있는데도 미리 겁을 먹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죠.”

일본의 대학과 아주대(경기 수원)에서 8년 동안 영어로 강의하다 이달 영남대에 부임한 투즐루코프(54·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20일 이렇게 말했다.

옛 소련에 속했던 벨로루시공화국 출신인 그는 이번 학기에 영어로 강의하는 ‘전파공학’ 과목을 맡았다.

전공필수 과목은 아니지만 중요한 과목인데도 수강생은 고작 8명. 영어강의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수강을 꺼린 게 이유였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벨로루시국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영어를 전혀 배우지 못했고, 배울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학위를 받고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영어를 못하면 국제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서툰 영어로도 외국인과 끊임없이 접하면서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이런 노력 덕분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내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수석회원으로 활동하는 데다 지뢰 연구로 미국 국방부의 특별상을 받게 된 것도 모두 영어 능력 때문”이라며 “공학 분야의 연구 속도는 매우 빠르고 관련 정보가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어에서 막히면 연구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영남대 4학년 조광훈(26·전자공학 전공) 씨는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이 과목을 신청했다.

조 씨는 “수업 내용보다 내가 영어를 제대로 표현하는지 걱정이 앞섰지만 자꾸 해보니까 익숙해지는 것 같아 수강을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 대학 전자공학 전공 4학년 정경석(26) 씨도 취업 준비로 바쁘지만 일부러 이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수년 전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왔지만 전공 실력을 위해서는 전공 수업이 영어로 개설되는 것이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돼 주저 없이 선택했다”며 “전공과 영어 실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영어강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22명이던 외국인 전임교원을 올해는 52명으로 대폭 늘렸다. 전체 전임교원(702명) 중 외국인 교원이 7% 선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를 통해 현재 63개 영어강의 과목을 150개로 확대해 학과별로 평균 2, 3개 영어강좌를 개설할 방침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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