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이상 간부인사 연기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삼성 떡값’ 검증 진통 겪는듯

7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던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연기됐다.

법무부는 당초 명동성(사법시험 20회)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법무부 검찰국장에 차동민(22회)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에 박용석(23회) 청주지검장을 임명하는 내용의 인사안을 마련해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추인을 받을 예정이었다.

본보 7일자 A12면 참조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 유임될듯

이에 따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문성우(차관 내정자)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이날 오후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장관은 이날 청와대 측과 장시간 논의를 계속했으나 결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홍만표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대통령 일정으로 오늘 결재를 못 받았다. 내일이라도 결재를 받으면 인사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주말에 검사장 인사를 내는 경우는 전례가 거의 없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10일경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측은 “검사장 승진자에 대한 검증이 미흡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무부가 대상자를 상대로 오랫동안 검증을 해왔기 때문에 그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구구한 해석들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가 폭로 기자회견이 인사의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사제단은 5일 기자회견에서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훌륭한 분들을 임명하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사제단의 추가 폭로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 폭로 대상자를 요직에 앉히는 것에 대한 파장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특히 한나라당 등에서 사제단의 추가 폭로 가능성을 무시하게 되면 다음 달 국회의원 총선거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무부와 검찰은 사제단이 추가 폭로할 대상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인사권자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사제단의 추가 폭로 대상자를 청와대가 고려하게 되면 검찰 내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과 공안부장 등 이른바 ‘빅4’ 인사가 당초의 법무부 안과 내용이 일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돈다.

또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관리대상이라고 폭로한 이귀남(22회) 대검 중수부장의 고검장 승진 여부에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 일각에선 지역 안배 등 정치적인 고려를 위해 장고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