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게임기’ 도둑 맞은 경찰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213대 한달 넘게 현장 방치… 업주들이 빼돌려

경찰이 압수한 사행성 게임기를 범행현장에 한 달 넘게 방치한 틈을 타 업주들이 게임기를 무단 반출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압수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국일관 2층 게임장에 압수해 놓은 게임기 213대를 경기 고양시의 한 폐기업체에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공무상보관물 손상)로 오모(43) 씨 등 게임장 업주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00대가 넘는 게임기를 압수해 가도 별도로 보관할 장소가 없었다”며 “업주들이 잠가 놓은 게임장의 문을 따고 들어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오 씨 등은 경찰이 압수한 게임기를 한 달 가까이 방치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보관 명령이 내려진 게임기를 몰래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이 처분했다고 밝힌 게임기가 실제로 폐기됐는지는 확인이 안 돼 게임기가 헐값에 다른 업체로 넘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1월 초 국일관 건물에 비밀통로를 갖추고 1년간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김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게임기를 압수한 바 있다. 이들은 1년 동안 무허가로 영업해 매달 20여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대대적 단속을 벌여 지난달까지 서울에서만 게임기 3만여 대를 압수했지만 보관할 장소가 좁아 애를 먹고 있다”며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게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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