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저주…” 中동포 죽음에 누리꾼들 논쟁

  • 입력 2008년 1월 28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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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동아닷컴이 단독 보도한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한국이 저주스럽습니다' 기사가 인터넷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기사를 읽은 상당수 누리꾼들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서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오히려 고인(故人)과 고인의 딸을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이 숨진 사건을 두고 자기 잇속만 채우려 드는 사람들이 한심스럽다"는 일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엄마를…'은 어떤 기사?

27일 동아닷컴을 통해 보도된 '엄마를…' 기사에서는 9년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살다가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던 중 8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고(故) 권봉옥(51·여)씨의 얘기를 다뤘다.

권씨는 1999년 남편의 심장병과 딸의 다리 치료비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으나 입국 과정에서 한국행을 위해 마련한 돈을 브로커에게 사기 당했다.

한국에 입국해 모텔 청소부로 일하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수술까지 받았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이 탄로날까봐 변변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되레 빚이 늘어났다는 것.

어렵사리 빚을 거의 다 갚고, 올해 여름쯤이면 중국에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던 권씨는 이달 15일 모텔에서 단속반을 피해 모텔 8층 창에 매달려 있다가 힘이 빠져 추락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국에 온 딸 오정화(25·여)씨가 "한국인에게 그렇게 치이고 사기당하면서도 엄마는 선량한 한국인이 훨씬 많다고 했다"며 "이런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대한민국이 저주스럽다"고 한탄했다는 게 기사의 주 내용이다.

▶[동아닷컴 단독보도]“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한국이 저주스러워”

●"불법 체류자는 할 말이 없다"

이에 대해 동아닷컴 필명 'yrang231'은 "…이런 불법체류자의 싼 임금 불법 취업 때문에 가난하고 불쌍한 내 나라 내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어있다. 앞으로는 더욱 단속을 강화해 불법취업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을 남겼다.

'boramy'는 "기사를 읽고 저는 제일 먼저 '뭣 주고 뺨 맞는다'는 우리 속담이 떠올랐다"며 "중국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한국에 왔고, 9년 동안 불법체류를 하면서 빚을 거의 갚았고, 딸을 졸업까지 시켰다면 한국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boramy'는 "문제는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사했다는 것인데, 빚도 거의 갚았고 머지않아 귀향할 생각이었다면 왜 좀더 냉정하지 못했는지, 어머님의 과실이 크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상당 수 누리꾼들은 권씨의 위법 사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저주한다"라고 한 딸 오씨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byunka2000'은 "어머니가 죽어서 원망스러운 마음에 그랬다고 하더라도 '저주'라는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그들은 한 민족이지만 국적이 다른 외국인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죽었어도 이랬을 건가"

필명 '보인다'는 "중국재외동포법이 2004년에 이미 발효되었으나 시행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악덕기업주들의 노동력 착취 때문"이라며 "아마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한국인이 죽었다면 지금쯤은 전 국민이 촛불시위하며 반미구호를 외치고 주적 미국이라고 이를 갈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am2319ca'는 권씨 등을 비난한 댓글을 향해 "OO씨는 삭막하고 모진 인생을 사신 분 같아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이유야 어떻던 귀중한 한 생명이 돌아가셨는데, 타국에서 식구를 위해 고생하던 어머니를 졸지에 잊은 딸의 절규에 그리 화내지 마시고 조용히 가슴속 깊은 곳의 소리에 귀를 기울어 보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담배끊자'는 "어찌 이런 비극에 위로보다는 편 나누기에 앞서느냐, 그리고 그것(비난 글)에 찬성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여러분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해보라. 세상 모두가 저주스럽지 않은가"라고 썼다.

이 밖에 네이버와 다음 야후 등의 뉴스 코너에서는 이 기사에 대해 400~2600여건의 댓글이 달렸으며 댓글에서 대부분 누리꾼들은 "법을 어겨 놓고 '저주' 운운한다"며 권씨와 오씨 등을 비난하는 가운데 "힘들게 살다간 권씨에게 애도를 표하며, 엄마를 잃은 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의견이 맞섰다.

▶[동아닷컴 단독보도]“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한국이 저주스러워”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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