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손으로 보는 동물의 세계

  • 입력 2008년 1월 15일 06시 29분


시각장애인용 ‘점자 동물도감’

전북 이르면 4월께 발간키로

“코끼리는 큰 기둥같이 생겼다.” “아니다. 코끼리는 부채같이 생겼다.”

코끼리의 다리와 귀만을 만진 시각장애인이 자기가 만진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뜻의 ‘맹인모상(盲人摸象)’.

시각장애인에게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코끼리의 온전한 모양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 동물도감이 이르면 4월경 발간된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은 국내 최초로 100쪽 분량의 2권짜리 점자판 동물도감을 만들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 동물도감에는 동물 100여 종의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눈과 꼬리 등 세세한 모양까지 점자로 표현된다.

또 해당 동물의 크기, 먹이, 서식 장소, 생활 방식, 수명 등 각종 설명이 점자로 곁들여진다.

동물의 모양은 일반 책에 실린 동물 그림에서 색깔을 없애고 윤곽 등만 남도록 재편집한 뒤 이를 시각장애인의 감수를 거쳐 점자로 출력한다. 도서관 측은 이를 위해 미국에서 고가의 그래픽 프린터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 도서관은 점자판 동물도감 200∼300질을 제작해 전국의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과 맹학교에 보급하고 도내 시각장애인들에게 대출해 줄 예정이다.

송경태 관장은 “시각장애 아동들이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작년부터 점자판 동물도감의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각종 특수 도서를 계속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작년 9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점자판 아동문학 전집을 발행했고 2003년부터 매년 점자판 전국 여행 가이드북과 점자판 전북의 문화재 등을 발행해 왔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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