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경운기 탄 산타클로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7시 01분


“핀란드에 산타빌리지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슬촌이 있습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이슬촌은 나주평야가 한눈에 보이는 병풍산 자락에 자리 잡은 농촌체험마을이다.

68가구 150여 명이 오순도순 사는 이 마을은 요즘 밤이면 ‘크리스마스 마을’로 변한다.

마을 입구에서 성당에 이르는 200m 벚나무길은 오색 꼬마전구로 빛의 물결을 이루고 성당 옆에는 은하수 터널이 환히 불을 밝힌다. 인근 청소년수련장 울타리는 양초, 산타클로스, 루돌프 사슴 모습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 마을은 18일부터 5일간 ‘이슬촌의 해피 크리스마스’라는 이색 축제를 열었다.

3년 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은 내년이면 지어진 지 100년 되는 노안성당이 있고 주민 98% 이상이 천주교 신자인 점에 착안해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마을 축제를 열기로 했다.

마을기금 2000만 원으로 꼬마전구를 구입하고 성당을 빌려 축제 공간으로 꾸몄다.

주민들은 매일 관광객이 참여하는 트리 점등 행사를 하고 성당에서는 캐럴, 핸드벨, 아카펠라 공연과 소망기원 촛불행사를 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마을 김종관(45) 이장은 직접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경운기를 루돌프 썰매로 꾸며 아이들을 태워 주는 체험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축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 기간에 800여 명이 마을을 찾아 양초 만들기, 음식 판매 등으로 6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김 이장은 “농한기에 이렇다 할 체험거리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의 제안으로 축제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마을 장식 트리를 이달 말까지 유지하고 마을 카페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심각했던 이슬촌은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을 계기로 활력이 넘치는 마을로 변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민박을 하면서 장기, 바둑, 봉숭아 물 들이기로 관광객과 하나가 됐다.

도시민과 청소년들의 체험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이 마을은 5월 농림부 주최 도농교류페스티벌에서 최고 친절마을상을, 1월에 농협중앙회로부터 협동조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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