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신건 前국정원장 항소심도 유죄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코멘트
재판부 “장기간 조직적인 불법 감청 있었다” 판단

각각 징역 3년에 집유 4년 선고… 신 前원장 “상고”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감청을 방관 또는 묵인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모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두 전직 원장 재직 당시인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정원에 의한 장기간의 조직적 불법 감청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수석부장판사 이재홍)는 20일 두 전직 원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감청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두 전직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전직 원장이 공모하거나 관여한 이 사건 범죄는 국가 정보기관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불법 감청을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통신의 비밀과 자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어서 사안이 중하다”며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들이 국정원의 조직적인 불법 감청 행위를 막지 않고 용인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 감청은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서랍을 열어 보거나 다른 사람의 알몸을 몰래 엿보는 것과 같은 비열한 범죄”라며 “국가기관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특정인에 대한 첩보 수집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며 “과거 수십 년간 관행 차원에서 국정원 업무의 하나로 이뤄진 불법 감청 행위의 책임자로서 재판을 받게 된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신 전 원장은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원장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변호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법정을 찾아 두 전직 원장의 선고 공판을 방청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