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하대 의대 교수-학생들, 청진기 대신 악기 들었다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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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인하대 의대생 김나희(20·의학과 1년) 씨는 요즘 수업이 끝난 뒤 첼로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자선모금을 위해 30일 열리는 ‘2007 인하 의대인 가을 음악회’에 나가 병으로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의대 음악동아리 ‘마에스트로’의 회원인 김 씨는 10여 명의 동아리 회원과 함께 30일 오후 7시 대학 본관 하나홀에서 열리는 자선 모금을 위한 음악회에 출연한다.

이번 음악회는 인하대 의대 교수와 학생, 동문들이 가정 형편 때문에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병마에 시름하고 있는 주민 3명을 위해 마련한 것.

음악회로 1년간 인하대병원에서 무료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게 된 이지혜(7) 양은 현재 할머니와 살고 있다.

2000년 초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사업 부도로 가출한 뒤 빚 독촉에 시달린 어머니마저 같은 해 12월 집을 떠났다.

이 양은 현재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 비해 키가 눈에 띄게 작은 데다 소변에서 피까지 검출되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또 어머니와 살고 있는 장기석(11) 군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푹 꺼져 있는 안구 저형성증을 앓고 있다. 여기에 주의력결핍증후군까지 있어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학교와 병원을 오가기도 힘든 상태다. 인하대병원은 장 군에 대해 의안 수술과 함께 주의력결핍증후군 치료를 해 줄 계획이다.

83세의 노모와 살고 있는 유태준(45) 씨도 무료 수술을 받게 된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은 유 씨는 2006년 초 뺑소니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당시 왼쪽 다리 수술을 했지만 다리에 심어 놓은 쇠를 빼지 못해 2년간 고통 속에 살아왔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쇠를 빼는 수술을 받지 못한 것.

인하대 의대는 자선음악회 수익금에 의대 발전기금을 보태 이들의 치료비와 수술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한편 음악회에는 필로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조병욱(성악가) 예술체육학부 교수, 첼리스트 박혜준 씨, 마에스트로 등이 출연한다.

인하대 의대 오중협 학장은 “지역사회 봉사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자선음악회를 마련했다”며 “매년 어려운 환자를 위한 음악회를 열어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의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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