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 변호사 “이 정도 사건인 줄 몰랐다”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취재진 피하는 변호사20일 김경준 씨의 변호인을 사임한 박수종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진 피하는 변호사
20일 김경준 씨의 변호인을 사임한 박수종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사건인 줄 알았는데… 대선 코앞 귀국 생각 못해” 정치적 부담에 사임

김경준 씨의 변호인인 박수종(37) 변호사가 20일 돌연 김 씨 변호인을 사임했다. 김 씨가 16일 국내에 송환되면서 변호인을 맡은 지 나흘 만이다.

박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을 검찰 수사의 진행 과정과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박 변호사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씨 사건을) 늘 하던 금융조세 사건으로 보고 법적인 조언을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고 (취재진이 몰리는 등)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그는 또 “두 달 전 김 씨의 가족과 (사건 수임) 얘기를 했을 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귀국 시기도 (대통령) 선거에 근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김 씨가 좀 더 일찍 올 줄 알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해 박 변호사는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검찰과 의견 일치를 봤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김 씨와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가릴 결정적 물증으로 알려진 ‘이면계약서’에 대해서도 “(검토 여부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김 씨 가족에게서) 들은 얘기로 미뤄볼 때 미국에서 있었던 소송 서류가 아닌가 싶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 씨가 돌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김 씨가 최종 결정했다. 판사가 ‘하루 이틀 조사해 혐의를 벗겨 석방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미국으로 도피한 뒤 이뤄진 수사라 검찰이 직원들 주장에 치우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씨가 재판까지 받아 가며 한국 송환을 거부하다 뒤늦게 태도를 바꾼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 이후 귀국했다면 정치적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혈질로 알려진 김 씨의 성격 등으로 미뤄 김 씨가 무작정 법원 판결만 기다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정국을 최대한 흔들면서 자신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자신의 혐의에 쏠린 관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씨와 이 후보의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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