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에는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의회의 활동실적, 지역여론조사 등을 고려해 의정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인상안은 어느 면에 비춰 봐도 이와는 상관없는 막무가내식 인상으로 보인다.
광역의회는 7.8%, 기초의회는 평균 14.6%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부산참여자치시민연합,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은 “반대여론과 열악한 재정자립도, 의원 1인당 0.24건에 그친 조례발의 건수 등을 고려할 때 후안무치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부산에서 재정자립도(13.5%)가 가장 낮은 서구의 경우 올해(2532만 원)보다 18.5% 인상한 3000만 원으로, 14위인 영도구(15.5%)도 재정자립도 7위인 동래구(27.2%)와 같은 3480만 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시민 의견도 묵살됐다. 의정비를 동결한다는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갑자기 급조한 여론조사를 들고 나온 해운대구나 의정비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과반수를 훨씬 넘겼는데도 두 자릿수로 인상률을 결정한 기장군, 남구, 수영구 등은 시민 의견을 외면했다.
1991년 탄생한 지방의회가 스스로 존립기반을 무너뜨리고, 무용론에 불을 지피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우선 두 자릿수 인상률을 결정한 13곳의 기초의회에 자발적으로 하향조정할 것과 정부 측에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와 주민소환을 비롯해 의정비 인상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움직임이다.
지방의원들은 “할 일도 많고, 돈 쓸 곳도 많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주민을 위한 명예직 인 ‘지역 일꾼’임을 잊지 않는 게 좀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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