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어느 중국인 어학원장의 하소연

  • 입력 2007년 11월 1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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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중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중국인 A 씨는 올해 초 시 외곽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 중국어 교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청호변에 위치한 이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55명에 불과하고 도심과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누구나 특별수업 강의를 꺼리는 곳. 이 때문에 이 학교 교장은 외국어 강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A 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학원의 중국인 강사를 보냈다.

그런데 이 학교에 갑자기 경찰이 찾아 왔다. 외국인이 비자에 기록된 장소 이외에서 강의를 하면 불법이라는 것.

강사는 물론 아이들 교육만 걱정하던 교장도 교직생활 30년 만에 징계를 받게 됐다.

원어민 교사를 파견한 A 씨도 처벌을 받아야 할 처지다.

한창 중국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학생들은 영문을 몰라 허탈해 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A 씨는 한국에 매료돼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전에 눌러 앉은 사람.

▶본보 1월 23일자 16면 참조
[이사람]중국인 유학생 사업가 위진지 씨

생계를 위해 학원을 차렸던 그는 “출입국관리소에 신고만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며 “이런 규정이 있는 줄만 알았어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국내 외국인 100만 명 시대.

국내 제도나 규정을 잘 모르는 그들을 단속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이기진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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