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신정아게이트는 권력형 치정비리”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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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신정아 소환21일 오전 동시에 소환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왼쪽)과 신정아 씨가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해 승용차와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변 전 실장이 신 씨보다 1시간 전에 청사에 도착해 두 사람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변영욱 기자
변양균-신정아 소환
21일 오전 동시에 소환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왼쪽)과 신정아 씨가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해 승용차와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변 전 실장이 신 씨보다 1시간 전에 청사에 도착해 두 사람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변영욱 기자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의 주장이 하나씩 거짓말로 확인되면서 검찰은 신 씨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신 씨의 실체를 언제부터 알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권력형 치정 비리 사건’=서울서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21일 “‘신정아 게이트’는 한마디로 권력형 치정 비리 사건”이라며 “단순 스캔들도 아니지만 단순 가짜 학위 사건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신 씨를 위해 권력 ‘일탈’을 일삼았다는 얘기다.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성곡미술관 재직 시절 경영 상황이 어려워 공적자금까지 투입된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2억9000만 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는 서울서부지법이 18일 신 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가짜 박사 학위로 나란히 교수직에 오른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와 신 씨 사건이 기록상으로는 똑같다”고 한 내용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고위 공무원이라면 연인이 그런 부탁을 해도 들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아 측 주장에 대한 예일대의 답변
신정아 측 주장예일대 답변
존 트레이시라는 당시 예일대 미술사학과 시간강사를 과외 선생처럼 고용해 논문 작성과 제출 등을 맡겼다. 예일대 미술사학과에서 강의한 사람 중 존 트레이시란 사람은 없다.
존 트레이시와 지도교수인 크리스틴 메링 교수의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 지도교수가 강의에서 배제되는 징계를 받았다. 크리스틴 메링 교수는 예일대에 재직하는 동안 어떤 징계도 받은 적이 없다.

▽“존 트레이시는 가공의 인물”=미국 예일대 대변인인 길라 라인슈타인 공보부실장은 21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예일대 미술사학과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조회한 결과 존 트레이시란 이름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 씨가 자신의 변호인 박종록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논문 작성을 도와 줬다고 주장한 예일대 미술사학과 시간강사인 존 트레이시는 아예 예일대에 재직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라인슈타인 부실장은 “‘존 트레이시’란 이름은 남자 이름인데 신 씨는 여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자 이름인 게 의아해 여자 이름인 ‘트레이시 존’으로도 조회를 했지만 동일 인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예일대 측은 존 트레이시라는 여자가 학위 브로커로 신 씨가 지도교수라고 주장한 크리스틴 메링 교수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는 박 변호사의 주장도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18일 “신 씨의 지도교수가 강의에서 배제되는 등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신 씨의 주장을 전했다.

라인슈타인 부실장은 “메링 교수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올여름에 시카고대로 옮겼다”며 “그는 예일대에 재직하는 동안 어떠한 형태로도 징계를 받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예일대 같은 세계적인 대학에 학위 브로커 같은 것은 없다”며 “메링 교수 역시 학위 심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예일대나 시카고대 같은 대학에서 활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슈타인 부실장은 신 씨의 예일대 학위 관련 주장이 사실과 너무 달라 한눈에 봐도 ‘새빨간 거짓말(pure fabrication)’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서부지검 청사를 떠난 뒤 5시간 만에 서울 강동가톨릭병원으로 돌아왔던 신 씨는 이날도 오후 7시경 조사를 마치고 서부지검 청사를 나간 뒤 밤 12시가 넘도록 병원에 돌아오지 않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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