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 “1억 용처 수사 중지” 왜 요청했을까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6분


정윤재씨 밤늦게까지 조사18일 건설업자 김상진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조사한 부산지검 특수부 사무실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10시경 귀가했으며 검찰은 19일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정윤재씨 밤늦게까지 조사
18일 건설업자 김상진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조사한 부산지검 특수부 사무실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10시경 귀가했으며 검찰은 19일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1] 정상곤씨 수뢰 내부인사 연루 가능성

[2] 세무조사 무마에 안팎 ‘윗선’ 개입의혹

전군표 국세청장이 청사를 방문한 부산지검특별수사팀에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뇌물로 받은 1억 원의 용처에 대한 수사 중지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또 정 전 청장이 지난달 9일 구속되기 직전 급박한 상황에서 전 국세청장과 두 차례 통화한 사실까지 확인됨에 따라 더욱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석연치 않은 수뢰 과정 및 용처=지난달 31일 부산지검이 보완수사를 시작했을 때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이런 말을 했다.

“정 전 청장이 1억 원을 쉽게 받았다는 점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뇌물 사건 수사는 아주 깔끔하게 끝났다. 그렇지만 수사에서 밝혀진 내용이 실제 벌어졌던 일과 정확하게 부합하는지는 믿기 어렵다.”

정 전 청장의 지인들도 정 전 청장이 지난해 7, 8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소개로 마지못해 건설업자 김상진 씨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들어줬더라도 신중한 정 전 청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1억 원의 돈까지 받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 전 청장은 비록 돈은 받았지만 자신이 쓰지 않았다거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듯이 말을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일부 동료에게 ‘배달 사고’라는 묘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조직 보호 차원인가?=전 국세청장이 용처 수사 중지를 요청한 것은 용처가 밝혀질 경우 조직의 위상이 상처를 입고 세무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점 등을 걱정한 것일 수도 있다.

지난해 김 씨의 세무조사 중단 과정에선 세무관행상 무모할 정도로 보이는 조치가 여러 건 벌어진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부산지방국세청은 지난해 8월 김 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중단된 뒤 김 씨에게 회사를 폐업하는 방안과 탈세 제보자의 입막음 방안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한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내부로 수사가 계속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검찰에 용처 수사 중지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부 연루자 더 있나?=정 전 청장은 7일 1차 공판에 이어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돈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의 대가성은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앞서 정 전 청장을 구속 기소한 검찰은 뇌물의 대가성을 확인했다고 명백히 밝혔다.

정 전 청장이 수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것은 세무조사 무마가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니라 ‘윗선’의 재가를 받은 것이라는 일종의 항변일 수도 있다.

전 국세청장이 용처 수사 중단을 요청하고 정 전 청장이 구속 직전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대목 역시 내부 연루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면 반드시 보고를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외부 실세가 개입했나?=정 전 청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발령 받았다. 전 국세청장의 행시 1년 후배인 정 전 청장은 당시 차기 청장을 노릴 수 있는 국세청 내 1급 자리를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올해 4월에도 1급 승진이 좌절됐다. 국세청 내 1급은 국세청차장, 서울청장, 중부청장 등 3개밖에 없어 국세청장도 이를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 전 청장이 뇌물로 받은 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부의 실세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정 전 청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 협조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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