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예일대생 사칭’ 2001년 이미 들통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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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씨 장관때 구입한 예산처 그림 2점기획예산처는 14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화가 윤영석 씨의 ‘움직이는 고요’(왼쪽)와 황규태 씨의 ‘큰일 났다 봄이 왔다’ 등 그림 2점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기획예산처
변양균씨 장관때 구입한 예산처 그림 2점
기획예산처는 14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화가 윤영석 씨의 ‘움직이는 고요’(왼쪽)와 황규태 씨의 ‘큰일 났다 봄이 왔다’ 등 그림 2점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기획예산처
■ 변양균씨 알고도 감쌌나

前동문회장 “예일대엔 인터넷수업 없다” 거짓말 간파

변씨 “유능한 후배” 추천하면서 동문에겐 소개 안해

올해 2월 당시 동국대 이사였던 장윤 스님이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를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는 데는 예일대 동문들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예일대 동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신 씨를 예일대 후배’라며 동국대 교수로 추천했다.

변 전 실장은 한술 더 떠 장윤 스님을 만나 신 씨 문제를 확대하지 말아 달라는 회유까지 했다.

▽신 씨 언제부터 속였나=신 씨가 처음 예일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2000년경이다. 금호미술관 박강자(66) 관장은 2001년 자신의 오빠인 박성용(2005년 작고)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에게 “큐레이터인 신정아가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예일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예일대 한국동문회 회장인 박 명예회장에게 신 씨의 유능함을 알리기 위해 이런 말을 했지만 결과는 거꾸로 신 씨의 사직으로 이어졌다.

신 씨가 미술관 일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박 회장이 “예일대에는 그런 과정이 없다”며 단박에 신 씨의 거짓말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신 씨가 1997년 아르바이트생으로 금호미술관에 입사했으나 근무 기간 중 예일대 박사과정에 다닌다고 한 거짓말이 밝혀져 2001년 12월 31일자로 퇴직했다”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002년 성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신 씨는 그곳에서도 예일대 대학원생을 사칭했다.

수년간 예일대 대학원생을 사칭했던 신 씨는 마침내 2005년 5월 14일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주변에 알렸다.

▽변 전 실장만 몰랐나=신 씨가 변 전 실장과 ‘가까운 사이’가 된 시기는 2003년 전후로 보인다.

당시 같은 미술관에 있었던 B 씨는 “2003년경 신 씨가 내게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도 되느냐’고 물으면서 자신이 기획예산처 국장을 잘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변 전 실장은 2003년 3월 기획예산처 실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했다.

당시 신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예일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신 씨와 함께 일한 A 씨는 “2003년을 비롯해 2004년 1월과 7월경 보름 정도씩 신 씨가 예일대로 공부하러 간다며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한 예일대 졸업생은 “비슷한 시기 신 씨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보이는 변 전 실장이 1년에 두 번 예일대를 방문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아 그 대학 사정을 잘 아는 변 전 실장은 신 씨를 쫓아낸 금호아시아나그룹 박 회장과는 달리 2005년 7월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에게 신 씨를 “예일대를 나온 유능한 후배”라고 추천했다.

예일대 한국동문회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회원은 400여 명밖에 되지 않아 누가 예일대 출신인지 대부분 알고 지낸다”며 “신 씨는 매년 2차례 열리는 정기 모임이나 매달 열리는 조찬 모임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이 신 씨를 ‘유능한 예일대 후배’로 여기면서도 단 한 번도 예일대 동문들에게 소개하지 않은 점도 그가 사전에 신 씨의 실체를 알았을 것이란 추정에 무게를 실어 준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 권 여사 ‘윗선’ 발언-변씨 부인과 회동 논란

한나라 “靑이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하나”

청와대 “가족고통 위로했을 뿐인데” 반박


촬영:이종승 기자

한나라당은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윗선의 개입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난데없이 (권 여사와 변 전 실장의 부인이 회동)하니까 입단속용 자리가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라며 “(권 여사가) ‘윗선은 없다’고 했는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닌가 하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권 여사가 대통령과 ‘윗선이 누구지’라고 했다는 것은 ‘윗선이 없다’고 한 것이니까 ‘더 파고들지 말라’는 암시를 검찰에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권력실세 개입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경고한 데 대해 “반성하지 않고 또다시 언론과 야당에 엄포를 놓고 있다”며 “당에 권력형 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번 ‘신정아 게이트’는 스캔들 차원을 넘어선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내부 검증이 없었고, 의혹 제기 후 50여 일이나 지나 압수수색이 실시된 것 등이 ‘몸통론’ ‘윗선론’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참모가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징계하고 구정물이라도 튈까 매몰차게 위로도 접촉도 하지 않는 지도자가 있고, 조치는 단호히 하되 그로 인해 아무 잘못도 없지만 고통스러워할 가족을 불러 위로하는 지도자가 있다”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구철 국내언론비서관도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권 여사가 변 전 실장 부인을 불러 위로하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변 전 실장에 대한 노여움은 컸지만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변 전 실장 부인과 그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서도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 여사는 변 전 실장 부인과의 오찬에서 “‘힐러리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저렇게 대처를 잘해서 다 무마되지 않았느냐. 그렇게 생각해 보시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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