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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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청춘(靑春)’이란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한자말 그대로 풀어보면 푸른 봄이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에서 ‘푸른’이란 말은 단순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이죠. 오히려 ‘생동감이 넘치는’이란 말을 붙이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합니다. 그러면 청춘을 ‘생동감이 넘치는 봄’으로 해석하면 될까요? 아니죠. ‘봄’이 남았으니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봄’은 계절의 의미를 뛰어넘어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 바로 ‘젊음’이지요. 자, 그렇다면 청춘이란 말은 ‘생동감 넘치는 젊음’으로 해석할 수가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생에 있어 청춘의 시기는 봄처럼 짧게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그 시기를 더욱 안타까워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만날 인물은 독일의 열정적 청춘, 젊은 베르테르인데요, 아마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바로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이지요. 베르테르는 괴테의 분신 같은 인물입니다. 괴테가 생각하고 경험한 일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으니까요.

베르테르는 패기가 넘치는 젊은이였습니다. 법칙과 질서에 순응해 사는 삶은 지루하고 나태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베르테르라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요? 아마도 획기적이고 새로운 것을 위해 도전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 맞습니다. 베르테르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 지나치는 풍경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감동을 받으며 충만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생각을 잠시 따라가 볼까요?

그러고 보니 인간이 서로를 괴롭히는 것처럼 불쾌한 일은 없다. 그중에서도 화가 치밀 정도로 지긋지긋한 일은 젊은이들이 온갖 즐거움에 스스로의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인생의 꽃다운 청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을 찌푸리고 즐거운 나날을 망쳐버리는 일이다. (중략) “즐거운 날이 아주 적고, 반대로 나쁜 날이 너무나 많다고 불평을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이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신께서 우리에게 날이면 날마다 마련해 주시는 은총을 받아들인다면, 설사 나쁜 일이 닥쳐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견디어낼 힘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때요? 베르테르가 어떤 인물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겠지요? 베르테르는 자신의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이겨낼 충분한 힘이 있다고 믿었죠. 여러분은 베르테르가 참 건실한 청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요. 누구보다도 건강한 삶을 살 것 같던 베르테르는 그만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정혼자가 있는 여인을 사랑한 베르테르는 그 여인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몹시 괴로운 나날을 보냈지요.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인의 이름은 로테라고 하는데요, 그녀는 아주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펼쳐낼 줄 아는 여인이었지요. 로테는 베르테르가 자신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요. 베르테르의 죽음은 로테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베르테르가 너무 젊었기 때문일까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죽음을 선택한 ‘젊은 베르테르’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르테르는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자신조차 이기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베르테르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죽음밖에는 해결책이 없었을까요?

가을의 문턱,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푸르디푸른 고뇌와 슬픔을 함께 나눠보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여러분이 앞으로 걸어야 할 청춘의 시기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승은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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