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비자금 흐름]212억 행방 묘연…‘검은 거래’ 쓰였나

  • 입력 2007년 9월 5일 03시 00분


부산지검 수사상황 브리핑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인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의 정동민 2차장이 4일 정 전 비서관과 김 씨 등에 대한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지검 수사상황 브리핑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인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의 정동민 2차장이 4일 정 전 비서관과 김 씨 등에 대한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등을 통해 각종 로비를 시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김상진 씨는 각종 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구입비를 부풀리거나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최소 52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자금 규모는?=검찰에 따르면 김 씨의 비자금은 크게 4가지 경로를 통해 조성됐다.

김 씨는 △2003년 4월 I기업 등 명의로 기술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62억 원 △2005, 2006년 부산 연제구 연산동 아파트 개발사업 과정에서 재향군인회로부터 225억 원 △2006년 6월∼2007년 6월 같은 사업과 관련한 119억 원 △부산 수영구 민락동 놀이시설 재개발과 관련한 115억 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검찰은 올 7월 16일 김 씨가 연산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P사 보증으로 K, W은행에서 2650억 원을 대출받은 뒤 허위 토지 계약서를 제출해 11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민락동 놀이공원 용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김 씨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S사를 내세워 B은행과 대출 계약한 680억 원 가운데 지급이 완료된 465억 원 중 행방이 묘연한 115억 원도 김 씨의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465억 원 중 확인된 돈은 용지 매입비로 사용된 350억 원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검찰이 파악한 비자금 중 기보 신보 보증으로 대출받은 62억 원과 재향군인회에서 대출받은 225억 원을 7월 27일 열린 구속적부심 직전에 모두 갚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김 씨가 상환한 돈 역시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신용불량자인 김 씨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4일 기보와 신보 관계자들을 소환해 김 씨가 갚은 62억원의 수표 번호 등을 확인한 것도 바로 돈의 출처를 캐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재향군인회 대출 관계자들을 소환해 김 씨가 대출금 상환을 위해 수백억 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횡령액에 대해 김 씨는 올 6월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최소 232억 원을 횡령했다고 시인했으나 김 씨를 검찰에 진정한 김 씨의 부하 직원은 검찰에서 김 씨의 횡령액이 4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비자금 용처는?=검찰은 김 씨가 조성한 비자금 중 상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돈을 제외한 234억 원에 대해서는 용처 조사에 나섰다.

234억 원 중 현재까지 용처가 확인된 것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뇌물로 건넨 1억 원과 김 씨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진모 씨 등 직원 두 명에게 건넨 20억 원, 지난해 세무조사 때 김 씨가 부산국세청의 조언을 받아 제보자 입막음에 사용한 5000만 원, 세무공무원 뇌물 2500만 원 등이다.

따라서 검찰은 용처가 밝혀진 21억7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계좌추적팀의 지원을 받아 자금 추적을 벌여 비자금이 정치권이나 공무원 등에게 흘러갔는지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김 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정 전 청장에게 준 뇌물처럼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뇌물 등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횡령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발등에 떨어진 이전 대출금의 상환 등에 이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기보, 신보 보증 대출금 6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7월 16일 구속된 김 씨가 같은 달 27일 구속적부심 직전 석방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에서 횡령한 돈의 일부를 이전 대출금 및 횡령 금액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 씨가 회사 직원 6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2000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0곳 이상의 금융기관을 통해 현금과 수표로 바꿔 입출금하는 방법으로 세탁을 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담하고 치밀한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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