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상은씨 매입자금 불문명…땅 판 돈도 3자가 관리”

  • 입력 2007년 8월 13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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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고소 고발 사건을 한달 넘게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3일 이 전 시장의 맏형 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공동 보유했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가운데 이 씨의 지분은 '제3자 소유'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상은 씨 지분과 관련해 검찰은 "제3자 차명재산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원 소유주에 대해선 자금관리인의 수사 비협조로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야당의 대선주자 관련 수사여서)강제수사를 동원할 수 없고, 공소시효가 완성돼 발표한 내용 이상의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진행사항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오후 4시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발표됐다.

▽도곡동 땅, "김 씨는 본인, 이 씨는 차명소유"=이상은 씨와 김 씨는 1985년 3~6월 도곡동 땅 3필지를 현대건설로부터 15억 6000만 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뒤 95년 포스코 개발에 263억원에 매각했다.

매입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전 시장이 친인척에게 200억 원 대의 개발정보를 사전에 미리 알아 개발 차익을 남겼으며, 이 땅이 이 전 시장의 차명소유라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검찰은 그동안 도곡동 땅을 공동 소유했던 이 씨와 김 씨의 매입 및 매각자금 흐름을 추적해왔고 포스코 건설 관계자 등을 불러 이 전 시장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이 씨의 지분이 제3자 소유라고 잠정 결론내린 이유는 무엇보다 매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매각자금 흐름이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이 씨는 검찰에서 골재채취와 현대건설 납품이익 등으로 매입자금 7억 8000만 원을 조달했다고 주장했으나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매각대금 또한 개인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금리가 낮은 채권 등에 10년 이상 묵혀둔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200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매달 2000만~4000만 원씩 매각대금 중 15억여 원을 97차례에 걸쳐 전액 현금으로 인출했으나 사용처가 불분명했다.

이 씨는 "본인과 아들의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했지만 생활비를 장시간 현금으로 인출한 이유가 이해하기 힘든데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이나 소비행태 등에 비춰보면 지나치게 많은 돈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씨의 자금관리인인 L 씨와 1년여 동안 인출을 전후해 통화한 정황도 전혀 없었다.

검찰은 그러나 "자금관리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검찰에 1차례만 출석한 뒤 2주 전부터 출석을 거부해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차명소유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추가 강제수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의 경우 매입자금의 출처가 비교적 확실하고, 매각자금도 위험성 있는 선물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해 김 씨 본인 소유로 결론냈다. 김 씨가 충남 당진 전국 곳곳에 임야와 대지를 소유하고 이 땅을 매각했을 때 지인들과 지분을 나눠가진 점도 확인됐다는 것.

검찰은 포스코개발이 당시 김만제 포철회장의 주도로 이 땅을 매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올해 6월 경기 모 골프장에서 김 고문으로부터 "이 전 시장이 1993, 94년 도곡동 땅이 자신의 땅이니 사 달라"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한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홍은프레닝 주상복합 특혜는 없어=검찰은 이 씨와 김 씨가 대주주인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이 서울 강동구의 주상복합빌딩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등의 특혜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뉴타운 지정 등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이혜훈 의원은 명예훼손 위반 혐의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다소 과장되거나 지나친 표현을 사용했으나 언론보도와 관련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은 특히 이 전 시장이 다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스는 이익배당이 거의 없어서 실소유주의 파악이 사실상 어려운데 다스 측이 회계장부와 자금흐름을 제출을 거부하고, 회사 관계자도 출석을 거부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스가 벤처회사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경위도 밝혀지지 않았다. BBK의 전 대표 김경준 씨가 미국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절차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의 귀국에 대비해 미국 측에 범죄인인도재판 기록 등의 송부를 사법공조로 요청할 예정"이라며 "김 씨가 귀국한다면 사건을 다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이 전 시장 뒷조사 의혹 등은 계속 수사=이 전 시장과 가족, 친인척의 주민등록 초본과 등본 등은 4명이 10여 통을 발급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전직 경찰간부에게 지시해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초본 3통을 불법발급 받은 박 전 대표 캠프 인사였던 홍윤식(55) 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13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이 △행정자치부 지적전산망에서 10여건 △경찰 전과 조회망에서 여러 건 △건설교통부 주택전산망에서 여러 건을 각각 조회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 전 시장의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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