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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12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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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둔 손정아(42·여·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 도원중학교에 ‘등교’한다.
손 씨는 도원중이 올해 4월 중순 교내에 처음 개설한 ‘학모교육대학’ 학생이다.
40명의 학생 대표를 맡은 그는 11일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성적 때문에 경쟁이 심해져 어머니 사이에도 서먹한 분위기가 생긴다”며 “학교 공부만이 삶에서 전부가 아니므로 어머니들이 자녀 교육에 대해 좀 여유를 갖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학모교육대학을 개설한 것은 정병표(59) 교장의 소신 때문.
정 교장은 2004년 대구 달성군 서재중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모교육대학을 개설해 3년 동안 운영했다.
그는 올해 3월 도원중으로 옮긴 뒤 이 학부모 교육프로그램을 다시 개설했다.
서재중에서 3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어머니 120여 명은 정 교장이 다른 학교에 간 뒤에도 동창회를 만들어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학모교육대학의 운영은 깐깐한 편이다. 목요일 오후 1시 20분부터 4시 반까지 이어지는 수업에는 학장인 정 교장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12월 6일 예정된 졸업 때까지 ‘어머니 학생’들은 152시간이라는 적잖은 수업을 마쳐야 사각모를 쓸 수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알차 어머니들의 만족도가 높다. 학습지도 요령을 비롯해 친구 사귀기, 진로교육, 신문 활용, 자녀와의 대화기법 등 매주 주제가 다르다.
2학년 아들의 어머니인 김경숙(40) 씨는 “목요일에 결석이라도 하면 무척 아쉽다”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갈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학모교육대학의 담임을 맡은 조미경(42·여) 교사도 “매주 한두 명을 빼곤 대부분 출석해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어머니들과 함께 학교 교육을 의논하고 고민도 주고받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4년째 학모교육대학을 운영하는 정 교장의 마음은 남다르다. 정년까지 남은 3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더욱 성숙시키고 싶은 게 그의 꿈이기도 하다.
정 교장은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아이들의 생활도 이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좋은 교육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운동장보다 더 넓은 어머니의 마음에서 아이를 반듯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이 나오도록 도와주려는 게 이 대학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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