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기관 사용 ‘저격용 총’ 나돈다

  • 입력 2007년 6월 12일 03시 00분


레밍턴 소총. 사진 제공 서울경찰청
레밍턴 소총. 사진 제공 서울경찰청
외국 첩보기관에서 저격용으로 사용하는 자동소총이 국내에서 불법 유통돼 조직폭력배에게 넘겨졌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1일 미국산 저격용 22구경 자동소총인 ‘레밍턴 스피드 마스터 552’를 불법 소지 및 판매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김모(49) 씨를 구속하고 조직폭력배인 국모(3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4년 5월경 전남 담양군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신우림파’의 두목인 국 씨에게 레밍턴 자동소총을 25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레밍턴은 16연발 자동소총으로 망원렌즈가 부착돼 있고 소음기를 장착 안 해도 소리가 아주 작아 외국 첩보기관에서 저격용으로 선호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스라엘 첩보기관인 모사드가 특히 이 총을 저격용으로 많이 사용하며 북한 공작원들도 레밍턴 자동소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레밍턴 자동소총이 저격용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반동이 작아 명중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격 훈련을 오랜 기간 받은 사람은 2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도 눈 코 입 등 사람의 특정 부위까지 정확히 맞힐 수 있을 정도. 현재 국내에서는 이 총의 수입이 금지돼 있다.

경찰은 이 총의 출처를 확인 중이지만 김 씨는 “2004년 3월경에 구입해 몇 차례 밀렵용으로 사용했고 총을 판 후배는 이미 죽었다”며 정확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또 김 씨는 레밍턴 자동소총의 총기번호를 사포와 칼을 이용해 삭제한 상태.

한편 국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국내에선 희귀한 총이라 취미인 사냥을 할 때 쓰려고 샀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인명살상을 위해 총기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민간인이 레밍턴 자동소총을 판매, 소지하다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격용 총기를 불법 유통하는 점조직이 국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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