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엄마 덕분에 조용히 시험 치렀어요”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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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과천 중앙고 학부모 120명이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과천 중앙고 학부모 120명이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우리 아이들 공부 좀 하게 해 주세요.”

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 대운동장에선 소음 없는 이색시위가 벌어졌다.

120여 명의 중년 여성이 저마다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하고 4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들은 각종 시위로 인해 연중 소음에 시달리는 자녀들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과천 중앙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학부모들. 학부모들은 이날 집회장소를 선정해 침묵시위를 벌였다. 중앙고는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확성기와 꽹과리가 동원되는 시위가 열릴 때마다 수업은 물론 시험도 방해를 받고 있다.

올해 역시 3월부터 의료법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집회 등 굵직한 쟁점들로 인해 거의 매일같이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은 3학년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치러진 날이다. 학부모들은 1, 2학년 전국연합학력고사가 있는 13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회신고를 냈다. 시험이라도 제대로 치르게 하자는 뜻에서 도시락을 먹어 가며 고생스러운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것.

회사에 다니는 일부 학부모는 회사에 월차와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할 정도로 자녀 교육에 대한 이들의 걱정과 관심은 컸다.

학부모들은 “소음 때문에 여름 내내 창문도 못 열어 놓고 수업을 한다는 아이들의 불평을 이제 더는 참으라고만 할 수 없어 직접 행동에 나섰다”며 “정부에서 지나친 확성기나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는 시위용품의 사용은 자제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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