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결과 통해 본 '보복폭행' 전말

  • 입력 2007년 6월 5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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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가 인적이 드문 야산 근처 공사장에서 아들을 대신해 보복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도 확인됐다.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력 사건을 송치받아 추가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단계까지 알려진 김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확인하고 5일 김 회장등 폭행 가담자들을 일괄 기소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쇠파이프를 들려 했지만 경호원이 말려 때리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법원에서의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 민감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울중앙지검이 5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밝힌 보복폭행 사건의 전말.

◇사건의 발단 = 보복폭행 사건의 시작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22)이 서울 청담동 G가라오케에 술을 마시러 갔다가 윤모(33)씨 등 북창동 S크럽 종업원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눈 부위가 찢어진 3월 28일 오전 7시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벌가의 `황태자'가 한낱 `건달'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그룹 진모(39) 경호과장과 한화리조트 김모(51) 감사는 각각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외부세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진 경호과장은 운동을 하며 알고 지낸 전 국가대표 권투선수 출신인 장모(47)씨에게, 김 감사는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으로 현재는 맘보파의 두목인 오모(53)씨에게 `선수'들의 동원을 부탁했다.

오씨는 S크럽 종업원들에게 찾아와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그제야 상황파악을 한 S크럽 종업원 조모(33)씨 등 4명은 이날 오후 8시께 사건이 시작된 청담동 G가라오케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의 수가 애초 `가해자'로 알려진 7~8명에 미치지 못하자 당황한 김 감사는 부근 술집 종업원 4명에게 돈을 주고 `알바'로 고용해 가짜 가해자 역할을 하게 했다.

`가해자들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 회장은 이 때 G주점으로 찾아왔다.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 든 `회장님' = G주점에 도착한 김 회장은 막상 모아 놓은 8명 중에 자신의 아들을 때린 윤씨가 없다는 사실에 격분해 진 경호과장에게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지시한다.

운 좋게 그 사이 도망간 `알바 가해자' 1명을 제외한 7명은 강제로 승합차에 태워져 감금된 채 청계천 공사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9시40분께 청계산에 도착한 김 회장은 이곳에서 조씨를 쇠파이프로 한 차례 때리는 등 무릎을 꿇고 앉은 피해자들을 손발로 마구 때렸고 진 경호과장과 경호원들도 폭행에 가담했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직접 전기충격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오후 10시10시께 아들을 폭행한 진범인 윤씨가 S크럽에 있다는 말을 들은 김 회장 일행은 다시 피해자들을 승합차에 태운 채 북창동으로 장소를 옮긴다.

◇ "한화, 해외도피 조폭에 거액 건네" = 북창동에서는 한화의 협력업체인 D토건 대표 김모(46)씨도 직원들을 데리고 합류했다.

오후 10시40분께 김 회장 일행은 S크럽을 순식간에 장악했고 다음 날 오전 0시20분까지 출입자를 통제하고 가게 문을 닫게 했다.

김 회장은 아들, 아들의 친구 이모(22)씨 등과 함께 102호실에 들어가 S크럽 조모 사장의 뺨을 수 차례 때린 후 아들로 하여금 자신을 때린 윤씨를 수차례 때리도록 지시한 뒤 그 광경을 지켜봤다.

한편 이 사건 직후 김모(55) 비서실장은 김 감사를 통해 보복폭행에 든든한 `병풍' 노릇을 해 준 맘보파 두목 오씨에게 회장의 돈 1억1000만 원을 현금으로 건네줬고, 오씨는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4월 27일 인천공항에서 예약없이 현금과 수표로 비행기표를 사서 캐나다로 도피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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