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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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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노사관계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 경기 침체 분위기 때문에 대체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가 있는 해는 노조도 명분 없는 파업을 자제하며 국민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려 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 아닌 현대차 파업으로 올해 노사관계의 전망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상급단체의 파업 지침에 따른 것이라 해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핵심 회원 노조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다른 회원사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히 크다. 지역 주민, 하도급 업체, 주주 등 관계자들이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한미 FTA를 명분으로 파업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한미 FTA로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지목된 분야가 바로 자동차산업이다. 국민은 한미 FTA 최대 수혜자인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키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피해가 가장 큰 농업 부문에 이익의 일부를 돌리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목적이 회사의 목적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회사를 성장시켜 이익의 과실을 나누는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공감대는 필요하다. 소득의 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회사의 성장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는 이 세상에 없다. 노조는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 이해 당사자인 노사 간의 자율적 교섭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노조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는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한미 FTA의 체결이 국민에게 시사하는 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산업에 거는 많은 사람의 큰 기대를 저버려서는 곤란하다.
또한 대기업 노동조합은 파업이 하도급 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는 파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좀 더 신중하게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명분이 중요하다. 누가 한미 FTA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현대차 파업을 지지할 것인가? 평범한 진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외국에서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가 협력한 사례가 많다. 1990년대 중반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경기 침체로 감원하려던 계획을 바꿔 근로 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이라는 절충안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의 도요타는 지난 5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올해도 기본급만 소폭 인상하고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받기로 합의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상생의 길을 찾은 것이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공정 속도도 일본차에 비해 떨어지고 환경친화적인 신차 생산 분야에서도 일본에 주도권을 뺏겼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신뢰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과도한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에만 12차례 파업을 하는 등 명분 없는 파업을 일삼았다. 그 때문에 이상욱 노조위원장도 올해 초 새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파업에 대해 다소 신중한 발언을 한 바 있다.
한미 FTA는 위기에 놓인 한국 자동차산업이 찾은 중요한 활로다. 현대차는 환경친화적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 등 미국 시장의 수요에 맞는 기술 여건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수출을 늘려 한국 경제 전체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 한미 FTA 최대 수혜 산업에 거는 온 국민의 기대다.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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