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장 금품로비 의혹 일파만파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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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21일 의협총회 “의원에 술값 내라고 법인카드 줘”

24일 복 지 위 “과장해서 한 말… 돈 건넨적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진, 보건복지부 직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했다’는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은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실과 다르게 과장한 말”이라며 지난달 31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시도 대의원 대회에서의 발언 내용을 번복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 4명이 바로 이틀 전인 22일 의협 대의원 총회에 참석해 협회 지지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장 회장이 “국회의원의 술값을 내 줬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의혹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국회의원 술값 대신 내줬다”=24일 의협 홈페이지의 의사회원 게시판에는 ‘장 회장, 믿는 국회의원에게 법인카드 빌려줬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21일 의협 총회 예결산 회의에서 장 회장이 법인카드 집행 명세에 대해 해명하는 동영상이 올려져 있다.

한 대의원이 “장 회장이 충북도의사회에서 개최한 의료법 반대 궐기대회에 참석한 시간인 2월 13일 오후 2시 50분에 어떻게 법인카드로 292만 원(여자 봉사료 142만 원 포함)을 결제할 수 있느냐”고 불투명한 회장 판공비 집행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국회의원들이 보좌관하고 술을 먹는다고 해서 믿는 국회의원한테 (카드를) 빌려줬다. 이 자리에서 오픈 못할 일도 있다”고 해명했다.

예결산 회의 다음 날인 22일에는 의협 정기 대의원 총회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 5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보건복지위원은 4명이었다.

특히 대의원 대회 발언 녹취록에서 장 회장이 현금 1000만 원을 줬다고 지목한 한나라당 A 의원은 이날 “의료법 개정에 도움이 못 돼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이 녹취록에서 “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던 열린우리당 B 의원은 “의료법도 국회 차원에서 관련 단체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의원 측은 “그 자리에 갔던 것은 사실이나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으며, B 의원 측은 “원론적인 발언이었으며,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장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자당 소속 복지위원을 대표해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장 회장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 직원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장 회장의 발언에 대해 “복지부 직원은 그 누구도 의협으로부터 금품 수수,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고 제안조차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장 회장 발언, 어디까지가 진실?=국회 보건복지위는 이날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장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문제 발언에 대해 따졌다. 장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 영향력이 없다’는 회원들의 비판을 받고 실제 사실보다 과장되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전혀 그런(돈을 준) 사실이 없고, 30일 회장 직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A 의원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말은 “A 의원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협 회원들이 자진해서 합법적인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3명에게 각각 200만 원씩 매달 600만 원을 건넸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국회 실무자들과 100만∼200만 원이 드는 식사를 하면서 모임을 가진 것을 과장해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지난해 5월 의협 회장에 취임한 직후 국회에 관계된 분에게 한두 번 (금품제공 로비를) 시도한 적은 있다”고 시인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도 지난해 6월 의사인 자신의 친구를 통해 장 회장이 돈 봉투를 전달하려 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녹취록에서 ‘휠체어 타고 다니는 장애인으로 의사에 대한 한(恨)이 센 사람’이라고 표현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회장님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내가 의사에 대해 한이 센지, 안 센지 어떻게 아느냐. 나는 의사에 대해 한이 없으며 존경하는 의사가 많다. 그러나 회장님을 존경할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의협 회장이 장애인에 대해 이런 몰상식한 발언을 한 것은 유감이다. 저보다 연세도 많고 돈도 많이 벌고 배운 것도 많은 분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묻자 장 회장은 “부끄럽다”고 답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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