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로비 파문' 실체는

  • 입력 2007년 4월 24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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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파문이 불거져 나온 것은 내부 암투의 결과로 해석된다.

장동익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끊임없이 탄핵 위기에 시달려 왔다.

회장 당선 과정에서도 8명의 후보가 난립, 전체 회원의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21.89%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도 정통성 훼손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장 회장을 반대하는 한 인사는 "장 회장과는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내부 암투가 이번 파문의 주범(?) = 장 회장은 취임 이후 소아과를 소아 청소년과로의 개명, 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개입설에 휘말리면서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바꾸기'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회원들의 불신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협회 내 반 장동익 세력이 자리잡으면서 실제 장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탄핵당할 뻔 한 적도 있다. 당시 탄핵 요건인 대의원 3분의 2 찬성을 가까스로 저지,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장 회장 발언이 외부에 유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장 회장은 내부 감사를 받으면서 일부 용처가 불투명한 업무 추진비 지출이 감지됐다고 한다. 임동권 전 전공의협의회장이 서울지검에 1억6000만 원 횡령 혐의로 고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 회장은 사석에서 "의협 내부에서 나를 내 몰려는 세력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24일 언론에 배포한 해명서에서도 "지난해 5월 1일 회장 직무 시작한 이후로 의협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일부 흔드는 회원들이 회장을 상대로 6건의 고소고발을 해왔고 현재도 회장과 측근들이 수시로 밤 늦게까지 조사받고 있고 일부 회원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회장이 무능하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실제의 사실보다 과장되게 회원들이 듣기 좋게끔 표현한 것"이라고 발언 배경을 밝혔다.

◇의협, 실제로 로비했나 = 장 회장은 해명서에서 자신의 로비 발언 무게를 낮추는 데 적극 나섰다.

모 의원에 대한 1000만 원 제공 발언은 정상적인 후원금 성격이었고, 의원 3명에게 월 200만 원씩 줬다는 것도 실무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100만-200만 원 정도의 경비를 낸 것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도 대가성 금품수수 의혹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처럼 장 회장과 의원들이 부인하고 있지만 협회 속성상 어떤 식으로든 로비는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의협 주변에서는 모 의원 등에 대한 `특별 대우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일부 의원 보좌관의 경우 의협 측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의협 측이 골프 회동을 제안한 것은 사실로 파악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에서 골프를 치자는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거절했다"면서 "복지부 직원이라면 누가 민감한 현안이 있는 데 이해 당사자들과 골프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료법 개정 어떻게 되나 = 로비 의혹의 핵심에는 의료법 개정안이 놓여 있다.

사실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의사협회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상당 부분을 양보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보의 폭이 컸다는 평이다.

하지만 의협은 개정안의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의 배경에는 개정안을 둘러싼 협회 내부의 선명성 경쟁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장 회장도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만큼 이 사안은 협회로서는 폭발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의협의 대 국회 로비력이 현저히 저하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반대하면 로비 받은 것으로 오해받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다루는 게 부담스러워 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법안을 심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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