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동원청중 상대 ‘3不 홍보’가 무슨 소용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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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에서 개최한 대입 설명회에서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3불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참석자를 동원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시교육청과 11개 지역교육청의 과장급 이상 간부, 장학관, 장학사 등 400여 명이 행사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일선 학교에선 교장과 학부모 대표 한 명이 참석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자발적 참석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김 부총리가 진정으로 3불정책을 홍보하려고 한다면 3불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18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3불정책의 정당성을 큰 소리로 외쳤지만 청중석의 호응은 없었다. 김 부총리가 “그렇지 않습니까?”를 여러 번 외치자 교육청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두 명이 마지못해 “옳소”라고 말했을 뿐이다. 직접 만나 얘기하면 3불정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던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김 부총리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는 학부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부가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열려는 의도는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바로 알기’라는 홍보자료물에 나타나 있다. 3불정책은 대학의 관심도순으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일컫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홍보물은 기여입학제를 앞세웠다.

이 홍보물은 ‘기여입학제는 일정액을 대학에 기부하면 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국민의 거부감이 강한 사안을 앞세워 3불정책 폐지론에 반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하지만 대학들은 기여입학제가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고 보고 선발자율권에 목말라하고 있다.

교육부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혁신위원회 내부에서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학부모, 대학 등에 포위되어 가는 형국이다.

김 부총리가 앵무새처럼 당위성만 외치고 퇴장하는 ‘3불정책 홍보 순회’를 그만두고 학생, 학부모, 고교,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얻는 길이 아닐까.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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