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 편안하게]<3>‘99.9% 화장률’ 日성공사례

  • 입력 2007년 4월 6일 02시 50분


50년째 주택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본 도쿄의 화장장 다치카와 성원. 외지인의 눈에는 전혀 화장장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디자인의 이 화장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돼 왔다. 도쿄=남경현 기자
50년째 주택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본 도쿄의 화장장 다치카와 성원. 외지인의 눈에는 전혀 화장장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디자인의 이 화장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돼 왔다. 도쿄=남경현 기자
《일본의 화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만4000여 명의 사망자 중 99.9%가 화장됐다. 매장은 2000건에 불과했다. 농어촌에 있는 재래식과 현대식 화장장을 망라해 일본 전체 화장장은 5117개에 이른다. 이 중 현대식 화장장만 1900여 개로 추정된다. 전국의 화장장이 47개에 불과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장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묘지난이 본격화하면서 화장으로 돌아서 1980년대에 이미 화장률이 90%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장묘문화 의식개혁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노후한 재래식 화장장을 현대식 첨단시설로 바꾼 덕분이다.

이처럼 전 국민이 화장을 선호하는 일본이지만, 화장시설의 신증설에는 아직도 ‘화장장=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여전해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부는 충분한 대화와 끈질긴 설득, 주민에 대한 배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외관은 대리석으로, 오염물질은 무배출

일본 도쿄 인근의 지바 현 지바 시 화장장 역시 주민 반발 등으로 입지 선정에서 개장까지 10년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찾은 지바 시 화장장은 인근 마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분가량 떨어진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화장로 16기를 갖추고 연간 6000구의 시신을 처리하는 시설이라기엔 너무나 쾌적했다. 실내외 모두 대리석으로 치장했고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미술품과 인테리어, 실내조명 등은 국내 화장장의 어두운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오염물질 배출도 제로에 가깝다. 다이옥신은 일본 내 배출 권고 기준치인 m³당 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에 훨씬 못 미치는 0.000063ng을 기록해 사실상 무배출이나 다름없다. 이 밖에 매연과 유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각종 유해물질 역시 기준치보다 낮았고 소음도 50데시벨(dB)에 못 미쳤다.

화장장 총괄책임자 오카자키 쇼지(罔崎詔二) 씨는 “각종 오염물질과 악취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온처리와 필터 집진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도쿄 도 니시타마 군에 있는 미즈호 화장장은 2002년 규모를 확장하면서 현대식 시설로 탈바꿈했다. 4개 시(市)가 사용하고 있었지만 인근 무사 시, 무라야마 시가 자체 추진하던 화장장이 무산돼 함께 이용하게 됐기 때문. 이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 시설 개선과 함께 주민 애로사항 해결에도 앞장

행정당국은 100억 원을 투입하여 기존의 낡은 시설을 현대식 시설로 개선해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였다. 배출구에서 보이던 매연이나 악취는 사라졌고,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등 정원이 새롭게 조성됐다. 사무국장 우수이 요시미쓰(臼井義光) 씨는 “시설 개선과는 별도로 마을회관 증개축, 도로 정비, 공원 확충, 마을회관 운영비 보조 등 주민 애로사항을 앞장서서 해결하다 보니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의 화장장에 대한 인식은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긍정적이다.

도쿄 시내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다치카와 성원은 주택가 한복판에 들어서 있어 눈길을 끄는 화장장이다. 건립된 지 50여 년이 넘었지만 주택가에서 밀려나지 않은 것은 계속해서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시설 개선을 이뤄왔기 때문. 1999년에는 300억 원을 들여 전면 개축했다. 화장장 이용 차량은 시설과 50여 m 떨어진 곳에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해 영구차량 등이 주민들 눈에 띄지 않게 한다.

화장장 정문 앞에 사는 주민 다후(太布·여) 씨는 “화장장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안쪽이나 이곳이나 땅 값이 똑같고 소음이나 악취, 매연 등은 찾아볼 수 없어 주민이 별다른 불만 없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지바=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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