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까치야, 방빼!”…7억원짜리 첨단조형물에 둥지

  • 입력 2007년 4월 5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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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상무신도심의 대표적 상징조형물인 ‘미래도시:기원(祈願, prayer)’에 ‘불청객’ 까치가 날아들어 골치를 썩이고 있다.

광주시 청사 관리부서는 요즘 이 조형물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들어 둥지를 트는 까치 한 쌍과 신경전을 벌인다.

시청사 앞마당에 있는 이 조형물은 높이 16m의 7개 지주에 컬러직물을 씌워 밤에는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높은 곳에 집짓기를 좋아하는 까치가 날아든 것.

시는 배설물 등으로 조형물이 훼손될까봐 까치집을 발견하는 대로 허물고 있지만 최근 산란기를 맞은 까치가 극성을 부려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조형물 기둥을 바닥에 눕혀 까치집을 떼 내는데 30분 넘게 걸린다”며 “까치에겐 좀 미안하지만 워낙 고가의 예술작품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디자인도시를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설계한 것으로 2005년 7월 삼성전자가 제작비 7억5000만 원을 협찬해 세웠다.

5층 빌딩과 맞먹는 규모로 커다란 꽃잎이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펴지거나 오므라드는 일종의 ‘모빌’ 작품.

계절에 따라 꽃잎 컬러와 형상을 바꾸고 밤에는 조명을 비춰 상무신도심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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