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행현초교…밤에도 상담문 활짝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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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구애받지 말고 언제든 오세요”서울 성동구 행당2동 행현초등학교에서 맞벌이인 이창미(왼쪽) 장인산(가운데) 씨 부부가 3일 오후 7시 자녀의 책상에 앉아 담임교사와 상담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시간 구애받지 말고 언제든 오세요”
서울 성동구 행당2동 행현초등학교에서 맞벌이인 이창미(왼쪽) 장인산(가운데) 씨 부부가 3일 오후 7시 자녀의 책상에 앉아 담임교사와 상담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옥상에 우레탄 깔아 운동장으로운동장이 없는 서울 행현초등학교는 건물 옥상에 우레탄을 깔아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행현초등학교
옥상에 우레탄 깔아 운동장으로
운동장이 없는 서울 행현초등학교는 건물 옥상에 우레탄을 깔아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행현초등학교
《3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행당2동 행현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 이창미(38·여) 장인산(38) 씨 부부가 막내딸 효정(9) 양의 책상에 앉아 담임인 박현주 교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 교사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씨가 “아이가 내성적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하자 박 교사는 “내성적이기보다는 차분한 성격이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잘 지낸다는 담임교사의 말에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 씨는 “조퇴할 필요도 없이 업무 다 끝내고 아이 아빠랑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현초교의 모든 교실은 오후 9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 학교는 2∼12일을 ‘학부모 집중 상담일’로 지정하고 학부모에게 상담 희망일 신청을 받았다. 상담시간은 오후 2∼5시. 맞벌이 부모를 위해 3일과 12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상담도 한다. 교사 전원은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지난달 23일 상담전문가를 초빙해 90분간 특강을 들었다.

이 학교는 체육교육 우수학교로도 유명하다. 2005년 9월 개교한 행현초교는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아파트 때문에 학교 용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운동장도 없다.

그런데도 위장전입을 할 정도로 인기 있는 학교가 됐다. 개교 당시 21학급 750명이었던 학생 수는 현재 36학급 1380명으로 늘어났다.

이 학교의 인기 비결은 초대 교장인 유영환(53) 교장과 교사들의 노력 때문. 유 교장은 평소 교사들에게 “학부모를 감동시키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학부모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박카스 한 병도 사오지 말라’고 미리 공지했다”며 “학부모와 교사는 ‘파트너’이고 상담하면서 부모 교사 모두 아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 학교의 경영철학은 교정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건물 주변을 따라 400m 정도 우레탄을 깔아 달리기 코스를 마련했다. 옥상에도 간이 축구장을 만들었다. 주차장 공간을 모래장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을 확보했다. 주차장이 없어 교사들은 인근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야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게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교사들이 짜낸 아이디어가 ‘서울숲 체육수업’.

이 학교는 한 달에 한 번 인근 서울숲에서 4시간 동안 체육수업을 한다. 주 3시간씩 체육수업을 해야 하지만 운동장이 부족해 2시간은 학교에서, 나머지 1시간은 4주 치를 모아서 4시간 수업을 한다. 매일 13만 원씩 주고 45인승 버스를 빌리고 있는데 교육청 지원이 없어 학교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서울숲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5학년 김동준(12) 군은 “서울숲에 나오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운동장이 없는 이 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체육교육 우수학교를 비롯해 학력 신장, 학교경영혁신,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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