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3불 정책' 무너뜨려선 안돼"

  • 입력 2007년 3월 22일 18시 25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몇몇 대학이 정부의 대학입시 정책을 포함해 3불 정책을 마구 공격하고 있는데, 저는 무엇이 어떻게 되더라도 입시제도로 인해 학생을 획일적인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학원으로 내쫓아 버리는 정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과학기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 총장의 '3불(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정책' 폐지 주장과 관련해 "몇몇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3불 정책 폐지 불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공교육을 버릴 수가 있느냐.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몇몇 대학에서 지금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는데 아주 걱정스럽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경쟁환경에서 더 유리한 사람들은 3불 정책을 폐기하고 본고사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껏 경쟁시키자고 한다"며 "그렇게 해서 몇 사람 더 만들어낼 수 있을 지 모르겠는데 거기에 치어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겠느냐. 보기에 따라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가난을 대물림해야 되고 굳어져 버린다. 교육에 의해 계층 이동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교육의 기회 때문에 계급적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고, 교육의 기회 때문에 계급이 굳어지지 않도록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3불 정책 중에서도 대학 본고사 정책이 핵심"이라고 지적한 뒤 "교육이 자유는 가져가도 좋지만 왜 선발하는 것까지 꼭 자유를 가져야 하느냐"며 "대개 합리적으로 (상위) 1% 정도 선발할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이를 또 천분의 1로 나눠서 거기서 우열을 가리고 이런 문제에 부닥쳐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입시 경쟁이라는 것이 나쁠 것이 없으나 필연적으로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암기위주로 교육이 된다. 그래서 문민정부부터 학교의 창의력 교육, 다양성 교육을 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방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교육제도가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에 보탬이 되면 됐지 조금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여기에 대한 공세가 너무 심해 정부가 방어해나가는 것이 벅차다"며 "이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의 장래를 놓고 3불 정책을 무너뜨릴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 고심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3불 정책을 무너뜨리고 본고사를 부활시켜 초.중등학생부터 입시경쟁에 몰아넣으면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퇴보할 것"이라며 "그런 가설이 맞는지 검증해 달라"고도 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