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경제-기업활동 부정적 서술 많아”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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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한미일 고교 경제교과서 비교

“기업의 이윤 극대화가 환경파괴,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한국의 A교과서)

“공정한 경쟁상태 내에 기업이 존재하는 한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활동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 A교과서)

한국의 고등학교 경제교과서는 미국, 일본 교과서에 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실패’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많이 기술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교학사, 대한교과서, 두산, 법문사, 천재교육 등 국내 고교 경제교과서 5종과 미국 교과서 2종, 일본 교과서 3종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 한국 교과서, 기업가 정신 설명 미흡

대한상의는 한국의 교과서 5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실패에 대해서는 각각 4∼10쪽, 2∼7쪽 분량으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설명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경영활동 사례로 환경오염이나 유해식품 판매, 대기업의 횡포 등 일부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는 것.

반면 미국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실패에 대한 설명은 1쪽 내외에 그쳤으며, 기업가 정신과 작은 정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실패에 대한 설명에는 1쪽 내외만 할애했다.

내용 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시장실패에 대해 한국의 한 교과서는 “시장의 실패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시장관여로 보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시민의 참여로 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반면 미국의 교과서는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 역시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에 다소 부정적으로 접근했다.

○ 미국 교과서, ‘작은 정부’ 중요성 지적

한국의 교과서는 ‘작은 정부’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시장실패로 인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교과서들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중요성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A교과서는 “자유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제한된 역할을 주장한다”고 적고 있으며 B교과서는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과서들은 ‘작은 정부’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서들이 시장과 기업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재산 많으면 보수적’ 일방적 기술”

자유주의연대, 중고교 사회교과서 왜곡사례 지적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는 2007년도판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 18종을 분석한 결과 민주주의 및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상충되고 북한의 실상과 세계화에 대해 왜곡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14일 밝혔다.

중학교 사회교과서 8종과 고교 사회교과서 6종을 △자유민주주의 훼손 △반시장·반기업정서 유도 △북한 실상 왜곡 △세계화 역행이라는 4가지 항목으로 분석해 보니 모두 17건의 편향된 내용이 있었다는 것.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서 발행한 고교 사회교과서의 ‘일반적으로 재산이 많은 계층과 나이 든 세대는 보수적이며, 재산이 적은 계층과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다’(199쪽)라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 자유주의연대는 “보수와 진보를 단순화된 고정관념으로 접근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집단 농업은 농지를 개간하고 농작물의 생산량을 통제하는 면에서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116쪽)는 내용을 담은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대해서는 “북한 권력자의 관점에서 농업집단화의 효율성을 논하고 있어 부정적 측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유주의연대 측은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이념 표출이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 집필자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좌 편향적 내용이 담긴 것이라며 교육인적자원부 및 출판사에 수정을 촉구했다.

자유주의연대가 지적한 중고교 사회 교과서 내용 문제점
구분내용출판사/학년/페이지문제점
자유민주주의훼손쑨원 : 인류의 위대한 희망이 탄생했는데, 이 희망은 러시아 혁명이다.나세르 : 러시아혁명은 수억을 헤아리는 사람들을 착취로부터 해방시켰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중2 / 111p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만 제시
정치인, 재벌 기업,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례를 신문에서 찾아보고,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토의해 보자. 두산 / 고교 / 209p정치인ㆍ재벌ㆍ공직자가 부패의 주범이라는 선입견 심어줄 위험
反시장, 反기업정서 유도회사 관계자는 “창업주가 돌아가신 후, 창업주의 친인척은 창업주의 유언을 받들어 경영인이나 회사 직원으로 일체 들어오지 않는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지학사 / 중3 / 61p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 사례만을 긍정적으로 설명
북한 실상왜곡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는 빠른 시일 안에 달성되어야 한다. 남북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 민족의 시민 사회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교 / 185p통일지상주의에 입각한 기술
세계화 역행세계화 물결은…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에게 특별히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으며 노동자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경쟁의 낙오자로 전락될 가능성이 있다.교학사 / 고교 / 286p세계화를 편향되게 설명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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