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J씨 행방 묘연…부인은 두문불출

  • 입력 2007년 3월 14일 15시 53분


코멘트
제3공화국 당시 의문의 죽음으로 파문을 일으킨 J(당시 26세 여)씨의 아들로 알려진 정모(39 수배)씨는 자신이 주도한 경기도 H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 이전에도 주변과 접촉을 피하고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오전 정씨 집인 서울 압구정동 모 아파트 현관에서 만난 아파트 관리인은 "정씨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아내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나오는 것을 빼고는 거의 두문불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도 정씨와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고 아들이나 아내 강모(34)씨만 가끔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특히 바로 옆집에 사는 주민조차도 정씨가 J씨 아들이라는 소문은 커녕 이번 납치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날 아침 딸(8)과 아들(6)을 데리고 외출한 강씨는 오전 11시30분께 혼자 귀가했으나 기자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아파트 관리인은 "부인이 아주 인상이 좋은 사람인데 최근에는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이었다. 딸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가 운영하는 청담동 S사 사무실도 굳게 문이 잠긴 채 한 동안 인기척이 뜸했던 듯 음식점 광고 스티커만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빌딩 관리인은 "이달 초부터 정 사장이 사무실을 비웠다. 직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고정출근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인수합병 전문회사로 알려진 S사는 경찰 압수수색 결과 경영 실적이 거의 없는 사실상 유령회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주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빌딩 관리인은 "정 사장은 호남형의 외모에 아주 점잖은 사람이었다. 보통 점심 시간 이후에 출근하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외국과의 업무 시차 때문에 오후에 출근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번 납치사건에 대해서도 "사람이 친절하고 괜찮았는데 정말 의외였다"며 "하지만 J씨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안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렵게 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 관리인 장모(46)씨도 "정씨는 BMW 7시리즈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가끔 부인이 들르곤 했다. 하지만 정씨가 J씨 아들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J씨는 선운각 등 최고급 요정에 출입하면서 3공 당시 최고위층 인사들과 교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6살이던 1970년 3월17일 서울 한강로변에 세워진 코로나 승용차에서 총에 맞은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3살짜리 아들을 둔 미혼모였던 J씨의 소지품에서는 고위층 인사 26명의 명단이 발견돼 `친오빠가 총을 쐈다'는 경찰 발표와 달리 권력층이 스캔들을 막기 위해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또 J씨의 아들은 고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1991년 6월 고위 공무원을 지낸 유력인사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가 1개월 만에 소송을 취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정씨는 J씨 아들과 이름 및 출입국 전력 등이 일치해 동일 인물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