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다치고…불 지르고… 송도 ‘로또 청약’ 아수라장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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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오롱건설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신청이 진행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낮 12시경 신청이 늦어지는 데 격분한 1만5000여 명의 대기자 중 200여 명이 한꺼번에 정문으로 몰려들어 부녀자들이 쓰러지면서 팔 다리 등을 다쳤다. 인천=연합뉴스
12일 코오롱건설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신청이 진행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낮 12시경 신청이 늦어지는 데 격분한 1만5000여 명의 대기자 중 200여 명이 한꺼번에 정문으로 몰려들어 부녀자들이 쓰러지면서 팔 다리 등을 다쳤다. 인천=연합뉴스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청약 신청을 받았다면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코오롱건설이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짓는 오피스텔의 청약 신청을 접수한 12일 1만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접수가 중단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밀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오롱건설은 ‘더 프라우’ 오피스텔 16∼71평형 123채에 대한 청약 신청을 이날 오전 10시∼오후 4시 반 접수할 예정이었다. 평당 분양 예정 가격이 650만 원 선으로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2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당첨 직후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본보 12일자 A14면 참조▽

▶ 송도 ‘오피스텔 로또 광풍’… 123채 분양에 수천명 몰려

경찰에 따르면 10일부터 모델하우스 앞 공터에 텐트를 치거나 자동차를 세워둔 채 잠을 자며 기다렸던 5000여 명을 포함해 이날 오전 9시경 7000여 명이 줄을 서서 청약을 신청하기 위해 기다렸다.

한 시간 뒤 모델하우스 문이 열리며 순조롭게 청약 접수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600여 건을 접수한 오전 11시경 업무가 중단됐다.

접수가 늦어지고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이 많은 데 불만을 품은 일부 청약 대기자가 모델하우스에 들어가 항의하려고 하자 경호업체 직원이 이를 막으면서 거친 몸싸움이 시작된 것.

11시 반경 접수 중단에 격앙된 청약 대기자 2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가 모델하우스 진입을 시도하며 경호업체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줄을 서 있던 김모(49·여) 씨 등 20여 명이 넘어져 팔과 다리 등을 다쳤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오후 2시경 청약 신청 대기자 대표 이모 씨 등 3명과 함께 코오롱건설 측과 협의해 접수를 중단하고 열흘 이내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청약 신청을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씩 밤을 새우며 줄을 서서 기다렸던 일부 청약 신청 대기자는 모델하우스 앞 전시물을 부수고, 공터 앞 갈대밭에 불을 질러 소방차가 출동해 불을 끄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워낙 적어 1만 명이 넘는 청약 신청자가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향후 청약 일정은 언론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건교부 “2채이상 전매 처벌”

건설교통부는 인천 송도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이 과열 양상을 띠자 2채 이상을 분양받아 이를 모두 전매(轉賣)하면 처벌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구원이 각각 1채를 분양받아 전매하거나 2채 이상을 분양받은 후 1채만 팔 때에 대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교부는 12일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과열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을 동원해 이동식중개업소(일명 떴다방) 등이 2채 이상을 분양받아 매매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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