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정시모집 대학별 논술 분석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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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정시모집 대학별 논술고사가 23일 건국대를 마지막으로 거의 마무리된다. 이번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많은 대학이 기존의 논술 출제 유형을 대체로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의 대학이 고교 교과 과정과 관련한 평이한 주제를 채택했고,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제시문이나 논제도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했다. 대학들의 문제를 분석한 결과 2008학년도 논술을 염두에 두고 출제한 흔적이 뚜렷했다. 결국 2007학년도 논술은 통합논술이 앞으로 어떻게 출제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부산대, 서울시립대를 중심으로 2007학년도 정시 모집 대학별 논술고사의 출제 경향을 분석한다.》

▽서울대=문제 구성은 지난해 논술과 거의 유사했다. 2006학년도 논술 문제가 제시문과 사례의 두 부분으로 구성됐던 것처럼 이번 논술 문제 역시 제시문과 예화로 나뉘어 출제됐다.

‘지식 정보화 시대의 사회 변화’라는 주제도 학생들에게 친숙한 것이었다. 또 제시문의 수가 일곱 개에서 두 개로 줄었고 제시문 자체의 독해 난도도 낮아졌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 보면 논제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이 좀 더 많아진 동시에 복잡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논술을 통해 제시문의 심층적 이해를 통한 고도의 사고력, 논증력, 표현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이번 시험 역시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를 충분히 담고 있다.

비록 교과서 수준의 제시문과 평범하고 단순한 예화들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논의의 조건들이 다양하고 까다로워 평소에 논술에 대한 착실한 대비가 없었던 학생들이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서울대 논술 문제는 논술이 더는 암기된 지식이나 준비된 답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통합 논술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앙대=5개의 제시문을 주고 한 제시문의 주장을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의 문제점을 비판하거나 두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한 후 이에 적합한 실제 사례와 발전 방안을 논술하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유엔의 ‘천년 개발 목표’ 등 인류 공동의 당면 과제 이행과 그 성과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다룬 글, 근대 계몽 시기로부터 제시된 인류의 도덕 공동체에 대한 칸트적 전망을 다룬 글, 개체보다는 개체들의 ‘사이’, 즉 관계에 입각한 새로운 문화 구성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다룬 글, 인간의 감성과 그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룬 글 등 각각 관점과 지향성이 구별되는 다양한 글을 제시하면서 서로 다른 관점과 논지들을 연결시켜 사고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술을 도입했던 중앙대는 그 유형을 발전시켜 제시문 간의 통합적 연결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펑유란(馮友蘭)의 ‘중국 철학사’에서 송대 주희의 철학 중 ‘경(敬)’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환상의 미래’와 ‘문명 속의 불만’, 프랑스의 사회학자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 등 네 개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통제 장치인 윤리와 도덕, 법과 제도, 다양한 사회적 기제 등이 국내외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기능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예전에 장문 쓰기 중심으로 논술 문제를 출제했던 한국외국어대는 작년부터 요구 사항을 세분화시키며 통합형을 지향하고 있다.

▽부산대=‘화석으로 본 생물의 진화’에 관한 그림과 네 개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주어진 자료를 해석해 ‘진화’라는 개념이 어떻게 ‘진보’라는 논리에 수용되는지, 그와 같은 견해들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해 논술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대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라는 직선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인간의 문화나 역사는 늘 진보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내재돼 있다”면서 “이러한 사고는 오늘날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지만 만만찮은 부작용도 남기고 있어 이런 점들을 반성적으로 사고해 보자는 것이 이번 논술 시험의 출제 의도”라고 밝혔다.

이번 부산대 논술 시험의 특징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적 문제를 제시 △구체적인 논점을 반드시 포함 △다양한 글들을 다소 길게 제시한 점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립대=‘절대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은 먼 나라 사람일지라도 무조건 도와야 한다’에 대해 옹호하는 측과 반박하는 측의 주장을 다룬 제시문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논지에 부합하는 논거들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논술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던 서울시립대의 논술 고사는 다루고 있는 주제나 논제의 형태, 제시문의 사례가 9일 실시된 성균관대의 논술 고사와 유사해 성균관대의 논술 고사 문제를 접했던 수험생들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 연구소장

2007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분석
대학계열문항 구성분량(시험 시간)논제제시문 제재 및 출전
인문문제 1개제시문 2개예화 3개2500자(180분)지식 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조건1] ‘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의 내용에 비추어 논하라.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조건2] 예화 1, 2, 3을 사회의 변화 속도와 연관지어 그 의미를 파악하라.[조건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 서서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밝혀라.(가)-고교 사회 교과서(나)-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예화1)-나름대로의 시간과 속도를 가지면서도 자연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식물들의 예(예화2)-서로 같은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여러 가지 이점을 얻는 돌고래 떼의 예(예화3)-서로 먹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가 생겨나는 산양들의 예
인문문제 3개제시문 5개[문제 1] 400∼500자[문제 2] 450∼550자[문제 3] 300∼350자(120분)[문제1] 글 (나)와 글 (다)의 주장에 근거하여, 글 (가)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40점)[문제2] 글 (다)와 글 (라)의 내용상 연결점을 설명한 후, 이에 부합하는 실제적인 사례나 현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원리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40점)[문제3] 글 (라)의 관점에 근거하여, 글 (마)의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20점)(가)-유엔 총회의 ‘천년 개발 목표’ 이행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신문 기사(나)-칸트의 도덕 철학을 국제 정치에 적용한 에세이의 일부(다)-김용석,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라)-케빈 로버츠,‘시소모(Sisomo)’(마)-유네스코의 한 보고서와 아널드 토인비의 인터뷰 자료를 재구성
인문문제 3개제시문 4개[문제 1] 600자 내외[문제 2] 400자 내외[문제 3] 600자 내외(120분)[문제1]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읽고 두 글의 공통된 도덕관에 대해 기술하고, ‘도덕의 가변성과 절대성’이란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논하시오.[문제2] <제시문 3>과 <제시문 4>를 읽고 ‘스펙터클의 사회’와 ‘지구촌’이 보여 주는 ‘통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각각 논하시오.[문제3] <제시문 1>과 <제시문 4>는 모두 사회적 통제라는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와 개인’ 또는 ‘국제 사회와 국가’의 관계에서 이 통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시문별로 기술하시오.(가)-펑유란, ‘중국 철학사’(나)-지크문트 프로이트, ‘환상의 미래’, ‘문명 속의 불만’(다)-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 세계의 일상성’,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시뮐라시옹’ 등을 재구성(라)-‘지구촌 형성’이라는 이상의 허위성
?인문사회문제 1개제시문 4개그림 1개1300자 (120분)아래에 제시한 <그림>과 글들을 읽고, 다음 두 논점을 중심으로 ‘진보’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논리적으로 서술하시오.[논점1] <그림>과 글 (가)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론이 글 (나)와 (다)에 소개된 견해들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논점2] 글 (라)를 참고할 때, 그 견해들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가)-고교 ‘지구 과학’, ‘과학사’ 교과서(나)-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다)-G.J. 휘트로, ‘시간의 문화사’(라)-도정일과 최재천, ‘대담’
인문문제 3개제시문 7개[문제 1] 400자 내외[문제 2] 400자 내외[문제 3] 1000자 내외(150분)절대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은 먼 나라 사람일지라도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을 옹호하는 논거들과 반박하는 논거들을 위의 제시문에서 찾을 수 있다.[문제1, 2] 위의 주장을 옹호/반박하는 제시문 세 개를 찾아내고, 그 논지에 부합하는 각각의 논거들을 간단히 설명하시오. (각각 25점)[문제3] 위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찬반 입장을 정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입장의 논거들을 제시문에서 찾아 각각에 대해 왜 적절치 않은지 근거를 들어 비판하시오. (50점)(가)-피터 싱어, ‘실천 윤리학’(나)-녹색 혁명의 한계 비판(다)-정도전, ‘불씨잡변’(라)-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마)-소득의 재분배와 사유 재산의 권리 문제(바)-윤리적 의무 및 권리와 친소 관계의 문제(사)-원조 제공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실효적 논거
자료: 메가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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