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관련 문답 없었다” 조서엔 2,3쪽 추가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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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가 18일로 예정된 선고를 미룬 데 이어 지난해 12월 7월 결심공판의 공판 조서에 허위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과 검찰 간 신경전이 첨예화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가 임의로 공소 사실에 추가한 내용 중에는 CB 저가 발행 과정이 그룹 차원의 공모 결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공판조서에 어떤 부분 추가 됐나=삼성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 이후 재판부가 작성한 공판조서에는 재판부와 검사, 피고인의 변호인 등의 공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20여 쪽 분량의 공판조서 말미에 실제 재판에서는 없었던 재판부와 검사 간의 문답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대목.

재판장=(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겠습니까.

검사=그렇습니다.

재판장=변경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검사=(A4용지로 1장 분량 정도로 공소장 변경 내용 설명)

재판장=검사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합니다.

그러나 당시 공판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답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법정에서 있지도 않았던 일이 공판조서에 기록됐다는 얘기다.

공판조서에는 그에 앞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에 공소장 변경 의사를 물었으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재판부가 다시 묻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한다.

재판장인 조희대 부장판사는 16일 기자들에게 “공소장 변경은 (혐의 전부를 바꾸는) 공소장 교체와 일부만 바꾸는 공소장 추가가 있는데 이번에는 공소장 교체가 아니고 단지 공소장 내용을 좀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해 공소 사실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얘기는 재판부와 정반대이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는 물론 직접적인 수사 지휘 라인인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박성재 금융조세조사부장은 16일 이후 공식 브리핑이나 본보의 개별 취재에 7, 8차례 이상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나아가 일부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공판조서를 통해 일부 내용이 추가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3월 8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포함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론 재개, 공소장 변경 등 잇따라 논란=항소심 재판부는 16일 오후 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에 대한 항소심 변론을 3월 8일 다시 연다고 밝혔다.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항소심 선고도 3월 이후로 자동 연기됐다.

더구나 이 사건의 주심을 포함한 배석판사 2명이 다음 달로 예정된 법원 정기인사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은 미묘한 시점이다.

통상적으로 재판부가 바뀌면 변론도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항소심 선고가 언제까지 미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차례 선고를 연기한 1심 때처럼 항소심 재판부가 또다시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론 재개 이유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시각도 달랐다.

재판부는 검찰에 보낸 공문에서 변론 재개 이유에 대해 “공소 사실 중 1996년 12월 3일 이재용 씨 등에게 전환사채를 인수시켜 당일 인수대금을 납입하게 된 과정에 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브리핑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어서 변론재개를 했다. 중요한 내용이라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 때 제출한 의견서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변론을 재개한 것에 대해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7일에는 재판부와 검찰이 공소장 변경 여부를 놓고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재판부는 “결심공판 때 법정에서 구두로 변호인 측에 공소장 변경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검찰과 변호인 모두 (공소장 변경을) 이해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하루 전날 재판부는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을 결정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거듭해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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