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8 때문에 사업안돼… 1472로 바꿔줘요”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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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번호 바꿔 줘요.”(중년 남자)

“고객님. 한 달 전에 바꾸셨는데 또 변경하시려고요.”(상담원)

“번호가 나 하고 안 맞나봐. 자꾸 몸도 아프고 일도 잘 안돼.”(중년 남자)

LG텔레콤의 한 고객 상담원이 최근 겪은 일이다. 이 고객은 최근 1년간 열 번이나 휴대전화 뒤 네 자리 번호를 바꿨다.

다행히 평범한 번호를 원해서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있었다. 이 고객이 인기 있는 이른바 ‘골드(gold) 번호’를 찾았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1004(천사), 7942(친구사이), 행운의 7777 같은 골드 번호는 ‘1000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얻을 수 있다.

○ 쉽고 의미 있는 번호를 잡아라!

중국에서는 끝 번호가 ‘8888’인 휴대전화가 약 5300만 원에 팔린 적이 있다. 숫자 8의 발음이 ‘바(八)’로 부자가 된다는 뜻의 ‘파차이(發財)’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고객들의 선호 번호에 대한 애착도 중국 못지않다고 이동통신 관계자들은 말한다. 중국처럼 번호를 사고팔 수 없도록 공모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KTF가 지난해 5월 실시한 번호 응모에서 가장 많은 고객이 몰린 것은 ‘0000’. ‘124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위는 7777, 3위는 1004로 모두 500 대 1 이상이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선호 번호 공모는 실시 14일 전에 홈페이지에 반드시 공고해야 하며 불필요한 시비를 막기 위해 추첨 때는 YMCA 같은 시민단체에서 사람이 나와 참관한다”고 말했다.

○ 민원 끊이지 않아

이동통신 회사들의 고객센터에는 번호와 관련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KTF의 한 남자 고객은 “뒷자리가 ‘2848(이판사판)’이라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며 번호 변경을 신청해 ‘1472(일사천리)’를 받았다고 한다.

한 전과자는 “정말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니 1004(천사) 번호를 꼭 달라”고 여러 차례 하소연한 적도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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