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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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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잘 짜야 고득점 답안 술술
홍 군은 검은색 필기구를 들고 일단 문제를 살피기 시작했다. 문제 중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문제 옆에다가 다시 요점 정리를 했다. 문제 요구 사항은 두 개. 제시문에서 어떤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그것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그 다음에 사르트르의 글을 참고해서 지적된 ‘문제’에 대해 작성자의 견해를 피력하라는 것이었다. 우선 문제적 현상을 정리했다.
평소 연습한 대로 밑줄을 치면서 제시문을 분석해 나갔다. 먼저 (가)에서는 인문사회 분야의 박사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일련의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대학의 구조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에서는 동시에 두 가지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학문을 개인의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인식하는 부정적 세태와 인문적 지식인들의 사회적 위상의 추락을 문제적 현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본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식은 자본과 권력에 대해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과 권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의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거나 때로는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기도 하여 대중을 혼란스럽게까지 한다는 것이다. (다)는 다소 낯선 내용이다. 대중사회는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편입되고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미국 추수주의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난 것만은 아닌, 우리 사회에 일정한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에서는 실천적 지식인상을 역설하고 있는 사르트르의 글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인들이 서야 할 사회적 지점과 실천의 자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들을 파악했다.
(가)∼(다)를 통해서 이 논제가 지식 사회와 지식인의 역할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라)를 보면, 구체적인 사회 현상에 관한 글이 아니라 ‘지식인의 역할’에 관한 글임을 알 수 있었다. 홍 군은 (가)∼(다)는 지식인의 사회적 위상 문제, 지식이 자본과 권력에 종속하는 문제, 지식의 식민화 문제를 각각 제기하고 있으며, (라)에서는 지식인의 적극적이고도 선도적인 사회적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라)의 핵심 내용을 논거로 삼아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지식 사회의 문제적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고, 그러한 문제적 현상을 극복하는 것에 논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작성자의 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사르트르의 논리를 원용하는 쪽이라면 지식인들의 각성과 실천을 강조하는 논지 전개가 바람직할 것이고, 사르트르의 논리가 현실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면 현실 적합한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 홍 군은 인문학에 대한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홍 군은 답안지가 아닌 문제지 여백에 개요를 작성해 나갔다. 개요는 자세할수록 좋다. 서론에서는 기왕이면 시의성을 살리기로 했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에서는 사회의 문제적 현상을 정리하는데, 일정한 연관성을 유지하는 논리를 바탕에 깔고 서술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에 이런 문제적 현상이 드러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적시하고, 문제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극복할 수 있는 방안 혹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누구인지를 명시했다. 마지막 결론에서는 본론의 내용을 종합 요약하면서 글의 주제가 분명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했다.
주어진 필기구를 이용해 원고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퇴고시간을 배분하긴 했지만 크게 고칠 시간은 없을 것이다. 홍 군은 또박또박 써야 채점자가 알아보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술관계의 호응, 지시어와 접속어의 사용, 문장 성분의 불필요한 생략, 높임법, 시제 일치, 문장의 조응, 조사나 어미의 쓰임 등을 우선 살폈다. 일부 어휘를 수정하고, 띄어쓰기 한 두 개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감독관에게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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