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동학유족에 진심으로 사과…108배"

  • 입력 2006년 12월 10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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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조부가 조선 말기 동학농민혁명을 촉발시킨 전북 고부군수 조병갑(趙秉甲)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9일 동학농민혁명군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오후 충남 공주유스호스텔에서 동학농민혁명군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동학농민혁명 112주년 기념 유족의 밤' 행사에 참석해 "조상을 대신해 늦게나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때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이이화)으로부터 행사에 초청을 받았는데 '조병갑의 증손녀'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참석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참석하지 않았다"며 "적절한 시기에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생각하다 오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당사자(조병갑)가 유족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나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렀다"며 "늦었지만 동학혁명군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애국자로 대접받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학농민혁명군의 영혼을 위로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최근 몇달 동안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한이 풀릴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이런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기 전에 유족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려고 했는데 진작 찾아뵙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유족들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남기 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은 "후손이 책임질 일이 아닌데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을 고맙게 받아들인다"며 화해와 용서를 통해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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