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따뜻한 대학’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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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공부한 학우들의 도움과 격려 때문이지요. 이 돈이 형편이 어려운 학우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대구보건대 보건행정과 2학년 곽지영(22·여·사진) 씨는 자신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련한 100만 원을 학과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21일 대학 측에 맡겼다.

입학 이후 지금까지 평균 평점 4.44점(만점 4.5점)을 받아 한 차례도 과 수석을 놓친 적이 없는 곽 씨는 지난 3학기 동안 계속 장학생으로 뽑혀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아 왔다.

그는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며 “내가 받은 혜택의 일부를 다른 학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장학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에 앞서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또 대구보건대 뷰티코디네이션과를 졸업한 박명지(22·여) 씨도 15일 장학금 50만 원을 대학 측에 기탁했다.

박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며 “재학시절 내가 받은 장학금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학 사회복지과 2학년 학생들도 10월 말 대학 축제 때 아르바이트로 번 40만 원을 형편이 어려운 학과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대학 측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대구보건대 외에 다른 대학에서도 장학금 기탁이 잇달아 대구와 경북지역 대학가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늦깎이 대학생 김명희(45·여) 씨는 최근 불교아동문학작가상 상금 1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대학 측에 맡겼다.

이와 별도로 매달 2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대학 측과 약정을 체결한 김 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두 장학금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신애(70·전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씨도 올해 7월 작고한 남편 이정묵 전 포스텍 명예교수가 남긴 유산 2억5000만 원과 노후 대비를 위해 마련한 200여 평의 부동산(1억 원 상당)을 장학금 및 대학발전기금으로 써 달라며 8일 포스텍(포항공대)에 기부했다.

유산 2억5000만 원은 올해 2월 그가 남편과 함께 사재 5000만 원을 털어 만든 ‘묵애(默愛)장학금’으로 활용되고 1억 원 상당의 부동산은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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