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걷고 또 걸으며 사랑 배우고 사랑 심고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남도현 씨가 20일 강원 춘천시 월드비전 복지관 ‘방과 후 공부방’에서 미술시간 도우미로 나서 학생들을 돕고 있다. 사진 제공 월드비전
남도현 씨가 20일 강원 춘천시 월드비전 복지관 ‘방과 후 공부방’에서 미술시간 도우미로 나서 학생들을 돕고 있다. 사진 제공 월드비전
남도현(22·경희대 1년 휴학) 씨는 9월 의무소방대에서 제대하고 지난달 9일부터 전국을 홀로 걸으며 월드비전 복지관이 있는 곳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장애 어린이를 돕고 있다.

고향인 전남 광양을 떠난 지 21일로 44일째. 경남의 하동 고성 거제, 부산, 울산, 대구, 경북의 경산 안동, 강원도의 태백 동해 강릉 홍천 등을 거쳐 19일 춘천에 도착했다.

부산에서는 장애 아동을 도왔고, 울산에서는 방과 후 공부방의 보조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태백의 ‘꽃때마을’에선 빈곤층 아이들을 돌봤다. 대구에서는 사랑의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도 했다.

삶을 배우기 위해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의 집에 머무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 왔다.

남 씨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기아로 고통받는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여행가 한비야 씨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만났다.

그는 ‘가슴이 뛰는 곳이면 주저하지 말라’는 한 씨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도보 순례에 나섰다.

처음엔 걸으려는 욕심이 더 컸다. 통일전망대까지 가서 이 ‘순례’를 멋지게 끝내고 싶었다. 이 욕심이 그를 지치게 했다.

발이 퉁퉁 부르텄다. 걷지 못할 정도의 무릎 통증으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부산에서 만난 한 사회복지사는 “한 걸음만 가도 좋으니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신념, 열정과 동행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욕심을 버리자 몸이 가벼워졌고 천천히 걸어도 전보다 더 빨리 갈 수 있었다.

남 씨의 순례는 서울을 거쳐 12월 경기 성남시에서 끝난다.

춘천=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