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런 길 어떻게 걸으라고…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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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지하철 교대역 일대 보도.

턱이 높아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에게는 오르내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승용차를 인도에 바짝 댄 뒤 내릴 경우 차문이 보도 턱에 걸리기 십상이다. 서울시가 기준으로 삼는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제시한 턱은 25cm. 그러나 이곳에는 턱이 32cm나 되는 곳도 있다.

중구 소공로 구상업은행 본점에서 한국은행으로 가는 보도. 폭이 1.1m밖에 안 돼 두 사람이 걸으면 어깨가 맞닿을 정도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6일 서초구 서초동 연구원에서 열린 ‘서울시 보도 설치 기준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서울의 도심부(종로, 흥인문로)와 강남(강남대로, 서초로, 올림픽로) 등 주요 가로를 대상으로 한 보도 조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보행자’를 위해 마련된 서울의 보도는 걷기 불편하게 만드는 8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과도하게 턱이 높고 △폭이 좁거나 △평탄하지 않고 경사가 심한 곳이 적지 않으며 △보도시설물이 무분별하게 배치되거나 △보도로 차량이 걸핏하면 들고 나서 보행이 끊기게 되고 △안전하지 않은 건널목 △보도의 불법 주차 및 주행 △점자 보도 등의 잘못된 설치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시정연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보도 설치에 관한 기준이 미흡하고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도시의 보도를 건설할 때 시설물 설치구역, 보행구역, 건물 전면부 등으로 구분한 뒤 시설물 배치의 상세한 기준을 마련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정석 시정연 연구위원은 “건설교통부가 2004년 ‘보도의 설치 및 관리지침’을 세웠지만 이는 지방의 도로를 대상으로 한 기준”이라며 “서울시 자체의 보도 설치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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